원유 선박 내달 4일 도착 예정
對이란 수출기업엔 호재 불구
주유소 소비자가격엔 영향 미미
이란산 원유를 싣고 있는 배가 10월 4일 울산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지난 7월부터 3개월 넘게 중단됐던 이란산 원유 수입이 재개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란산 원유 재도입이 최근 다시 오름세인 주유소 기름값 안정에는 큰 영향을 못 미칠 것으로 보는 반면, 대(對)이란 수출 기업과 정유사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전망되고 있다.
24일 선박위치 정보회사 IHS는 이란의 국영이란유조선회사가 소유한 ‘프리덤호’가 울산을 향해 출항한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밝혔다. 프리덤호가 가져오는 원유 200만배럴은 기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던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로 나눠질 예정이다.
이란산 원유가 재도입된다고 주유소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유소 가격은 싱가포르 현물시장서 형성된 국제유가와 환율에 의해 등락하는 것”이라며 “이란산 원유 도입이 정유사 정제마진에는 일정부분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이미 대체 물량까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마당이어서 소비자가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원화결제 계좌를 개설해 이란과의 무역을 진행하던 기업은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란 정부는 국내 정유사의 원유 수입대금을 이 계좌에 담게 하고 국내 기업으로부터 재화나 서비스 등을 수입하면 역시 이 계좌에서 지불을 결제하는 방식을 써왔다.
하지만 3개월여 동안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되면서 국내 기업은 이란과의 무역거래를 끊거나 대폭 축소한 상황. 삼성전자도 해외 공장서 생산한 수십억달러어치 제품을 이란으로 수출할 때 국내 결제를 하던 기존 방식을 고수해왔지만 최근 이를 포기하면서 중소기업은 대부분 거래선을 끊기에 이르렀다.
정부로서는 경제적 이유로 중동 무역의 관문인 이란을 포기할 수도 없지만 국제 정세를 고려한다면 미국과 유럽으로 대표되는 서방과 마찰을 겪고 있는 이란을 끌어안을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인 셈이다.
이미 이란서 자국 국적 유조선으로 기름을 공급하겠다고까지 얘기한 지가 벌써 두 달여가 지났지만 뒤늦게 원유가 한국에 도착하게 된 데는 국제 정세에 눈치받지 않는 중국ㆍ인도 등이 최근 이란산 원유 수입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한국이 우선순위서 밀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동과의 무역, 서방세계와의 외교적 관계, 국내 기름값 문제 등 이란산 원유 수입 재개가 담고 있는 복잡한 역학관계에 각계가 주목하고 있다.
<윤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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