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두달여를 맞은 민주당 ‘김한길 호’가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당대표가 ‘정당공천제 폐지’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당내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사석에선 당 지도부에 대한 ‘격정 토크’가 오간다.
민주당 ‘신주류’측 핵심 관계자는 9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의원들 입장에선 억울한 것이 이게 마치 특권처럼 돼 있다. 기득권 내려 놓기 차원이라는 것인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며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결국 지역은 ‘토호’들이 장악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를 ‘보위’하고 있는 당 지도부 인사들마저도 김 대표의 ‘정당공천제 폐지’ 방침에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일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자유발언을 신청한 의원들 상당수가 ‘폐지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정청래 의원은 “정당공천제 폐지는 결국 새누리당과 보수세력의 덫에 걸리는 것”이라 주장했고, 또다른 의원은 “정당이 추구해야 할 책임정치를 통째로 쓰레기통에 집어 넣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 발언 신청자 23명 가운데 과반 의원들이 ‘폐지 반대’ 의사를 밝혔다. 폐지 찬성 의원들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것이 참석 의원들의 전언이다.
정당 공천제 폐지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반대가 적지 않자 민주당 지도부는 당초 이번주 중으로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키로 했던 것을 보류했다. 대신 시도당 위원회 차원의 토론회와 국민 여론조사 또는 당무위원회 의결 등 추가적인 절차를 통해 최종 당론 채택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문제는 당초 ‘찬반 검토위원회’의 의사를 당론으로 채택키로 했던 당 지도부의 ‘정당공천제 폐지’ 의사가 , ‘의원총회를 열자’는 의원들의 요구로 한 차례 미뤄진 뒤 또다시 ‘뒤로뒤로’ 미뤄지고 있는 듯한 모양새 때문이다. 더 많은 토론과 더 많은 논의 절차를 요구하는 의원들 다수는 사실상 정당공천제 폐지 ‘반대’를 주장하는 의원들이다.
이 때문에 ‘대화록 정국’과 ‘국가정보원 사태’에 대한 미온적 대처로 한차례 흠집이 난 김 대표의 리더십이 또다시 흔들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문필가 특유의 ‘고민’과 ‘고뇌’가 김 대표의 장점이다. 전략가로서도 탁월하다”며 “그러나 단 한번도 ‘리더’ 역할을 못해본 사람도 김 대표”라고 지적했다.
홍석희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