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문화
지구촌 25억명 ‘화장실 인권’ 사각지대
뉴스종합| 2014-08-29 11:24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인구 280만의 인천에 공중화장실이 60개 뿐이라면?’

상상하기도 싫은 이 끔찍한 가정이 에티오피아에선 현실이다. 에티오피아의 최대도시 아디스아베바에선 인구가 300만명이 넘지만, 공중화장실 수는 단 63개 뿐이다.

70억 지구 인구의 35%인 25억명이 화장실이 없거나 불결한 ‘화장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으로 유엔(UN) 조사 결과 드러났다.

[사진 =globalpressjournal.com]

‘화장실’은 사회의 건강, 안녕, 교육, 번영 수준을 드러내는 척도일 수도 있다. 인도 여성이 저녁 무렵 들판에서 볼일을 보다 봉변을 당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일이 대표적이다.

UN이 발표한 ‘위생’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용변 시설을 갖추지 못한 채 사는 인구가 25억명에 달한다. 세계인구 15%인 11억명이 야외에서 볼일을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년전에 비해선 사정이 나아진 것이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 20년 간 19억명이 좀 더 나은 용변시설을 갖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가장 큰 변화는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나타났다. 이 지역 화장실 보급이 1990년 27%에서 2011년 67%로 상승했다. 이는 6억2600만명이 위생적인 조건에서 볼일을 보게 됐음을 의미한다.

세계 각 지역별 야외에서 용변을 보는 인구 추이. [그래프 =UN]

하지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선 개선 속도가 더뎠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선 인구의 44%가 공동 또는 낡은 시설을 사용하고 있으며, 동남아에서 인구 26%는 밖에서 용변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화장실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인도, 콩고를 비롯해 세계에서 야외에서 용변을 보는 인구 비율은 1990년 24%에서 2011년 15%로 감소했다. 숫자로는 21년 사이 2억4400만명이 감소해 10억4000만명이었다.

UN은 사하라이남과 동남아에서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2015년에도 여전히 24억명이 불편하게 용변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UN은 또 20초마다 어린이 1명이 위생 문제로 죽어가고 있다며, 위생적이며, 안전한 물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한해에 어린이 150만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세계은행]

잔 엘리아슨 유엔 사무부총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7억8000만명이 안전한 식수 없이 생활하고 있긴 하지만 물에 관해선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용변시설 분야에서 이런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2개 나라에서 11억명이 야외에서 볼일을 보고 있다는 것은 존엄성을 잃는 가장 슬픈 사례”라고 안타까워하며 “모든이의 존엄성을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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