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ℓ당 100원 싸게” 2012년 오픈
정부 지원도 줄고 유류값 하락
경영난에 허덕이다 결국 매각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서울 1호 알뜰주유소가 팔렸다. 2012년 3월 정부의 요란한 홍보 속에 문을 연 이 주유소는 잇단 경영난으로 휴업과 경매, 6차례 유찰 끝에 최근 매각됐다. 그동안 이 주유소를 임대해 경영해왔던 이 모 사장은 “유가가 워낙 떨어져 손님들이 굳이 알뜰주유소를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출발은 좋았다. 정부는 ‘ℓ당 100원 싼 주유소’를 목표로 알뜰주유소를 야심차게 도입했다. 2011년 말 전국 1호 알뜰주유소가 경기 용인에 들어선데 이어 이듬해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형제알뜰주유소가 설립됐다. 정부의 홍보 효과 덕분인지 개업 초기 손님이 밀려들었지만, 얼마 지나지않아 손님이 뚝 끊겼다. 알뜰주유소 기름값이 기대치만큼 싸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로부터 전체 판매량의 50%를 구입해야 하는데, 그 가격이 일반 정유사 판매가에 비해 20원 정도 낮다. 알뜰주유소가 100원 싸게 파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던 셈이다.
알뜰주유소에 대한 정부 지원도 갈수록 줄어들었다. 소득세와 법인세, 중소기업 특별세 감면률이 종전 20%에서 10%로 줄었고, 재산세 50% 감면 혜택도 지난해 말 끝났다. 정원철 자영알뜰주유소협회장은 “일반 정유사들은 담보지원제도, 신용카드 할인, 포인트 등 각종 마케팅제도를 운영하는데, 알뜰주유소에는 고객 유인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마케팅 제도 효과까지 감안하면 오히려 알뜰주유소보다 저렴한 일반 주유소가 허다하다.
그러나 이 사장은 “‘알뜰주유소’라는 간판을 보고 찾아온 손님들은 “왜 알뜰주유소가 싸지 않느냐”고 불평한다. 마진을 최대한 낮춰 금천구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을 책정하고 있는데, 이래서는 ℓ당 10원도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형제주유소가 위치한 금천구 시흥동은 근방에 17개 주유소가 옹기종기 모여있어 가격경쟁이 치열하다.
경영난이 계속되자 이 주유소는 지난해 3월 결국 경매에 부쳐졌다. 그러나 선뜻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6차례 유찰 끝에 10월 말 가까스로 매각됐지만, 주유소 가격은 당초 평가액 48억 보다 13억 낮은 35억원까지 떨어졌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목 좋은 곳에 위치해 화물차를 상대하는 몇몇 주유소를 제외하면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 폐업하는 곳도 허다해서 새로 주유소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드물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알뜰주유소 증가세도 크게 둔화됐다. 도입 초기 매월 30~40개씩 문을 열었지만, 2013년 12월 1000개점 돌파후 증가폭이 급격히 줄어 지난해 12월 기준 1136개점에 그쳤다. 그러나 정부는 국제유가 하락분을 시판 기름값에 즉시 반영하기 위해 알뜰주유소를 올해 안에 13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알뜰주유소 관계자는 “저유가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알뜰주유소 정책이 성공하려면, 정부도 각종 세제 혜택을 늘려 사업자들을 끌어모아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세수 낭비 비판에 휩싸일 수 있어 쉽지않은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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