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에 거주하는 윤모(39ㆍ여) 씨는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등하교 이모님’을 구했다.
이모님은 윤 씨가 출근 준비를 하는 아침 7시30분에 집에 와 아이들이 아침 식사하는 걸 챙긴다.
이후 윤씨가 출근하면 8시20분에 첫째 아이를 등교시키고, 9시20분에는 유치원에 다니는 둘째 아이를 등원시킨다.
아이들이 가면 이모님은 인근에 있는 자신의 집에 다녀온 후 점심을 먹고 오후 한 시쯤 첫째 아이의 하교시간에 맞춰 다시 학교에 간다. 이후에는 아이가 다니고 있는 피아노 학원과 영어 학원에 자가용으로 직접 운전해 데려다준 후 오후 4시께 둘째 아이를 윤씨의 친정집에 데려다준 후 퇴근한다.
‘등하교 이모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13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 보호자가 학생들을 등교시키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
윤씨가 이모님에게 지급하는 돈은 시간 당 만원. 하루에 최소 6시간 가량을 일하는 것으로 계산해 월 120만 원 가량을 이모님께 지급한다. 윤씨는 “입주도우미에 비해서 일하는 시간이 적은데, 아이들 교육비를 생각하면 솔직히 부담이 된다”면서도 “여자아이들이다보니 통학하는 중에 사고가 날 수 있어 걱정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어린이들의 등하교 시간에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늘어나면서 학부모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어린이 보호구역을 신규로 지정하고 등하교 안전을 지키는 ‘교통안전지도사’를 투입하는 등 안전에 힘쓰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별도로 등하교 도우미를 투입해 아이들의 안전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등하교만 전문적으로 돕는 고액의 사설 경호업체까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인터넷 육아 관련 커뮤니티에는 ‘등하교 이모님을 구한다’ 혹은 ‘등하교 이모님을 소개해주겠다’는 글이 부쩍 늘었다. 부모들은 직접 면접관이 되어 가사도우미 중개업체를 통해서 소개받기보다는 1차적으로 커뮤니티나 지인을 통해 인성이 보장된 사람을 소개받은 후 해당 도우미의 면접보는 단계를 거쳐서 ‘이모님’을 채용한다.
이처럼 ‘등하교 이모님’ 수요가 증가한 데는 9시등교의 영향이 크다. 맞벌이부부의 경우 아이의 등교 시간에 비해 부모의 출근시간이 이르다보니 비용을 지불하고 도우미를 고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 서초구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김모(41) 씨는 “부모님들도 지방에 사셔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며 “9시 등교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현실적으로 맞벌이 부부에게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강남 일대에는 아예 1㎞당 1만7500원의 비용을 지불해 등하교만을 전문 도와주는 사설 경호업체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비용이 비싸, 서울 강남에서만 운영된다. 일부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무허가로 개인과 개인을 연결해 등교를 도와주는 연결해 등교를 돕는 ‘중개인’ 역할을 하고 불법으로 수수료를 챙기는 사람들까지 등장해 우려도 제기된다.
한 도우미 업체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더라도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업체나,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진다”며 “최근에는 정식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활동하는 도우미도 많기 때문에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