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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성인소설 알리바바(153)
라이프| 2011-01-05 17:33
(153)파멸의 시작 (31)
글 채희문/그림 유현숙

“한 군, 아니 기획실장님, 운전 할 줄 아시지요?”

“정말 쳐들어가시려고요?”

“전화 내용을 녹음한 것만으로도 증거는 충분해요. 법정에서 들이대면 꼼짝 못하겠지. 하지만 당장 찾아가서 둘이 배를 맞대고 붙어있는 꼴을 봐야 직성이 풀리겠어요.”

아무리 나이 들어 할머니 과에 속하는 여자라 할지라도 질투심에 불이 붙으면 앞뒤를 가리지 않는 법이다. 꽃잎에 털이 숭숭 돋아있는 할미꽃도 벌 나비를 향해 꽃잎을 여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모든 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내비게이션 켜세요.”

신희영은 뒷좌석에 몸을 깊이 누인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내비게이션을 켜고 주소를 입력하자 푸른 선이 핏줄처럼 화면 위에 펼쳐졌다. 전자장비의 발달이 어느새 남녀상열지사를 감시하고 추적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쓰일 줄이야.

“몇 분 후에 도착한다고 찍히나요?”

“15분 후에 도착 예정으로 뜹니다.”

“잘 됐군요. 이 양반이 조금 전에 두 번째 시도를 했는데 그만 실패했어요. 그래서 10분 후에 다시 시도한다는 군요. 환장하겠어요, 정말. 되지도 않는 물건 가지고 끝끝내 젊은 애들 흉내를 내려고 하다니…”

“아직도 중계방송이 되고 있어요?”

“글쎄 말예요. 송유나인지 뭔지 하는 계집애는 아까부터 침대로 가자고 하는데, 이 늙은이가 주야장창 욕실에서 끝장을 내려고 하는군요. 미쳐 정말.”

한승우는 운전을 하면서도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이걸 어찌해야 하나. 사모님께서 홧김에 내린 명령을 따를 수도 없고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애초에 오지 말았어야 좋았을 것을 공연히 엮여서 빼도 박도 못할 상황에 이른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런데 강유리라는 여자는 누굴까?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 같은데… 혹시 한 군은 강유리가 누군지 몰라요?”

“글쎄요, 여자들 이름은 모두 비슷비슷해서…”

“아니야, 분명히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어. 강유리, 강유리… 현성애라는 여자는 알겠는데 강유리는 또 누굴까? 도대체 엮인 여자들이 한둘이어야지.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하니… 아이고, 이 년의 팔자야!”

신희영은 이렇게 끌탕을 하면서도 전화기는 계속 귀에 대고 있었다. 중계방송을 들어가며 적절한 시간에 유리의 성으로 들이닥칠 요량인 모양이었다. 그녀는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따라 한숨을 내쉬거나 혀를 차곤 했다.

“이제 송유나라는 년이 난리를 피우는군. 내 이것들을 그냥… 어이구, 복장 터져. 대놓고 여보 당신이라고 하네. 빨리 갑시다. 아직 멀었어요?”

“이제 2킬로미터 남았습니다. 3분쯤 뒤엔 도착할 것 같습니다.”

“그래요, 아주 알맞은 시간에 도착하는군요. 빨리 밟아요. 이것들 지금 방금 새로 시작했거든요? 송유나? 이거 순 여우같은 계집이네. 콧소리 내는 것 좀 봐. 이거 쇼 하는 거라고. 일부러 지르는 교성이란 말이야!”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이해가 갈만도 했다. 신희영은 중계방송을 들으면서 이를 바드득! 갈기도 했는데, 그 모습이 평상시에 보아왔던 재벌 사모님의 모습과는 현저히 달랐기 때문에 한승우는 운전을 하면서도 깜짝 깜짝 놀라곤 했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달했지만 이건 또 무슨 조화인지. 눈앞에 보이는 것이라곤 오피스텔 뿐 유리의 성이란 술집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신희영은 직감이라도 한 듯 오피스텔의 현관을 향해 뛰어 들어가더니 대뜸 우편함부터 뒤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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