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외국인 직접투자 ‘그린필드’ 못잖게 M&A도 중시하라”
뉴스종합| 2011-01-17 10:30
2011년 신묘년은 우리나라가 경제 대국으로 올라설지 여부를 좌우할 향후 10년의 첫해이다. 수출과 외국인 투자 확대 측면에서 여러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공존하며 어느 해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7월 한ㆍEU FTA 발효, 국회 비준 뒤 발효를 앞둔 한ㆍ미 FTA는 큰 기회요인이다. 반대로 북한 리스크와 환율 변동성, 중국의 긴축기조와 신흥국의 부상 등은 장애요인이다.

헤럴드경제는 우리의 투자유치 환경을 점검하고, 금융위기 이후 회복한 외국인 투자를 본격적으로 확장시키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성항제 선임기자 사회로 지난 12일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조환익 코트라(KOTRA) 사장,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학과 교수, 에이미 잭슨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대표, 마사나리 나가이 서울재팬클럽(SJC) 이사장 등 토론자들은 경제자유구역의 규제철폐 등 전반적인 규제 개선과 외국인 직접투자의 질적 전환의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또 한ㆍ일 FTA와 나아가 한ㆍ중ㆍ일 3국의 경제공동체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조환익 코트라 사장

국내·해외 기업간 협력 중요

고용 창출·기술 선진화…

FDI 패러다임 전환할때


■ 에이미 잭슨 주한美상의 대표

헬스케어·녹색성장 등

韓·美 양국 공통 관심사

FTA발효땐 투자 늘것


■ 마사나리 나가이 SJC 이사장

한·일 ‘광역경제블록’ 조성

국가 對 국가 거래 아닌

역내투자 조속 실현돼야


■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복잡한 규제·노동문제 등

자본유치 치명적 걸림돌

親경영환경 정책 펴야

-사회=지난해 우리나라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실적이 130억달러를 넘어 괄목할 성과를 거두었다. 이제 FDI 다변화를 위한 신흥자본국 투자유치 확대가 과제인 것 같다. 효과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문휘창 교수=우리나라는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자동차 인수 이후 신흥개도국의 투자유치를 선진국에 비해 달가워하지 않는 정서가 있는데 이런 정서적 차별이 없어야 한다. 개도국의 투자가 한국 내 공장 직접 설립 등 그린필드 투자보다는 기존 기업을 인수하는 M&A 형태가 많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투자유치 대상으로 부상하는 중국이나 중동의 다국적기업, 국부펀드 등의 투자는 재무적 투자를 통한 수익성 추구 뿐만 아니라 전략적 자산 확보를 위한 M&A가 특징이다. M&A도 그린필드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투자수단으로 인식해 적극적으로 투자유치를 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의 FDI 유치가 다른 아시아 경쟁국에 비해 여전히 낮다는 점이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아시아 직접투자 1위는 싱가포르, 2위가 홍콩, 일본이 9위, 그리고 한국은 19위다. 영어 사용국가가 아닌 점이 우리로선 불리하다. 외국인 투자가는 세금 등 여러 인센티브가 아무리 좋아도 약점이 한두 개라도 있으면 안 온다. 우리는 중국에 비해 인건비가 높아 기초 생산조건이 아닌 기술 등 고급 조건으로 싸워야 한다.

FDI의 근본적인 파이를 늘리고, 선진국과 신흥자본국 모두 자유롭게 유입되는 자유롭고 건전한 경영환경을 갖는 동북아의 허브를 이룩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한ㆍ미 FTA가 타결됐고, 올해 7월부터 한ㆍEU FTA가 발효된다. 외국인 투자유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리라 보는가? FTA를 활용한 FDI 전략은 없는지, 한ㆍEU FTA가 일본에 미칠 영향은 없는지 궁금하다.

▶에이미 잭슨 대표=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ㆍ미 FTA 발효 시 한국시장에 대한 FDI가 향후 10년간 230억~320억달러 추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FTA 협정문에 양국 투자자에 대한 보호 조항이 포함된 만큼 외국투자자 입장에서 한국시장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가 개선됐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대외 경쟁력이 높은 전기전자, 자동차, 반도체, 섬유 등의 부문에서 해외 투자유치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녹색성장 및 보건(헬스케어) 분야의 성장을 장려하는 만큼 관련 분야에서 외국인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암참은 매년 정기적으로 미국 워싱턴에서 도어녹(Doorknock)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시장의 투자 이점을 강조하고, 성공한 미국 기업의 사례를 소개하는 자리다. 올해는 한ㆍ미 FTA의 역사적인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더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하겠다. 미국상공회의소와 한ㆍ미재계회의(USKBC)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한국시장의 투자 이점을 알리고 있다.

▶마사나리 나가이 이사장=일본 기업 입장에서 한ㆍ일 간 FTA 협상도 빨리 추진되기를 바란다. 일본과 한국은 비슷한 면이 많다. 양국 모두 천연자원이 적어서 자원과 원자재를 수입 가공, 최종재를 수출하는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출산율 저하 문제를 겪고 있고, 국내시장 규모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세계 중심 시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한ㆍ일은 또 지리적으로도 가깝다. 성장하는 신흥시장, 특히 중국 진출을 확대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경쟁보다는 상호협력을 도모해야 한다. 힘을 합쳐야 중국을 뛰어넘을 수 있다.

양국이 글로벌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물류, 제조업, 교육, 금융 등에서 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양국이 ‘하나의 광역 경제 블록(unified wide economic block)’으로 여겨지기를 바란다. 이 같은 관점에서 일본에서 한국으로의 투자 또는 한국에서 일본으로의 투자는 FDI라기보다는 역내 투자로서 실현되기를 바란다.

-사회=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한반도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외국인 투자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외국기업 입장에서 남북 대치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나가이 이사장=일본도 한반도 긴장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데, 일본의 한국 투자는 남북 간 긴장에도 별 영향이 없었다. 가장 큰 부분이 일본 관광객인데, 이번 사건으로 해서 별다른 큰 영향은 없었다. 일본 정부도 별다른 얘기가 없었다. 실질적인 투자 활동에 있어서 별다른 영향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에이미 대표=사건 이후 미국 기업이나 투자자 입장에서 전혀 특별한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다. 암참에도 전화가 별로 울리지 않아 기뻤다. 기업이나 투자자들은 미국, 일본, 한국 정부가 공조 노력을 할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특정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미뤄지는 등 작은 영향은 있었지만 전반적인 영향은 없다.

▶조환익 사장=그것 때문에 일본에 몇번 갔는데, 일본 정부나 기업은 한반도 리스크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으로 보는데 언론에선 자꾸 걱정하는 것 같더라. 그래서 일본인들이 한국 관광을 일시적으로 취소하는 경우가 있었다. 직접 도쿄와 후쿠호카에 가서 한반도 상황을 설명한 바 있다.

-사회=외국인들에게 병원, 교육 등 생활여건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다. 외국기업 입장에서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 중 우수한 점과 개선돼야 할 점은 무엇인가?

▶에이미 대표=한국의 생활여건 수준은 전반적으로 높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팔꿈치 결절이 있어서 병원에 갔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다만 회원사들은 교통 안전을 염려한다. 차들이 인도를 달린다든가, 개인적으로도 6살짜리 아이를 학교버스에 태울 때 차량이 버스 옆으로 가까이 달리고 경적을 울리는 모습 등이다. 또한 정보 인프라가 매우 잘돼 있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정보 채널에 대한 홍보가 더 필요하다.

▶나가이 이사장=제조업은 막대한 공간과 저렴한 인건비 등이 필요하고 전력, 인력, 세제 혜택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주로 구미, 울산, 진해 등 남부 지역에 몰려 있다. 서비스 분야 기업들은 주로 서울에 진출하게 되는데, 서울이 가장 크기 때문이고, 백화점과 병원 등도 많다. 실제 세금 인센티브나 임대료 지원 등은 외국 투자가 입장에선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에이미 대표=높은 교육 수준, 근면성, 동북아의 전략적 허브로서의 지리적 요건 등은 한국 시장의 또 다른 매력 요인이다.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 또한 인정받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가 지재권 보호를 위해 매년 지정하는 지재권 우선감시대상국 리스트에서 한국은 2009년 이후 제외됐다. 그럼에도 한국이 선진국 지위를 굳히려면 노동 유연성과 노동법 집행력 개선, 규제 투명성 제고, 국제표준 도입, 지재권 보호 노력 지속, 주요 분야에서 외국 기업들과의 혁신적 파트너십 구축 등이 더 발전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투자환경이 더 개선돼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도 헬스케어, 녹색성장 등이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꼽히는데 이 분야에서 글로벌 파트너십 기회가 많다. 외국 제약사가 한국 시장에 투자한다면 한국 헬스케어 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나가이 이사장=일본 기업들은 한국 기업 환경의 장점으로 ▷열정적이고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경쟁력 있는 인적 자원 ▷한국 정부의 효과적인 FTA 전략 ▷낮은 법인세율 ▷부산항이나 인천공항과 같은 물류기반 시설 ▷삼성, LG, 현대, 포스코와 같이 글로벌 시장에 우뚝 선 한국 기업 등을 꼽는다. 법률적 제도가 서로 비슷해 별 문제점을 느끼지는 않지만, 일본 기업 대다수는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 간의 협력 활동이 보다 가속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최근 일각에서는 한국이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이 올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투자유치 확대가 그러한 우려를 씻어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나가이 이사장=한국이 오늘 같은 경제성장을 이룬 것은 국가경쟁력 향상에 끊임없이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다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도 뒤따랐다. 낮은 출산율과 인구 고령화, 점점 확대되는 빈부격차, 그리고 학력 인플레 현상이다. 일본도 고도성장 추진 과정에서 이런 부작용을 준비하지 못했다. 경제성장만이 유일한 목표였다. 일본의 고유한 가치, 예컨대 높은 도덕심과 미래를 향한 꿈 등을 지켜 나가는 데 실패했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 동안 진짜로 잃은 것은 경제력이 아니라 일본만의 정체성이다. 경쟁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 결국에는 우수 인력은 사라져 버린다. 경쟁보다는 미래비전을 갖고, 세상에는 다양한 행복이 존재함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인 직접투자 확대가 경제지표 개선에 도움이 되겠지만, 이보다는 국가 자긍심을 높이고 사회 구성원 전반에 대한 행복을 보장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회=우리나라의 바람직한 FDI 유치 정책 방향은 무엇인가?

▶조환익 사장=외국인투자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가뭄에는 마실 물, 구정물 가릴 것 없이 한 방울의 물이라도 끌어오는 게 중요하지만 장마에도 아무 물이나 길어 온다면 오히려 낭패를 보지 않겠나.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넘치고 외환보유고가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선 외국인투자유치도 ‘외환 확보’나 ‘금액’ 위주에서 벗어나 고용창출이나 기술 선진화, 지역 경제발전 등으로 완전히 방향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또 제조업과 전통 주력산업 중심에서 고부가 서비스업과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녹색기술과 같은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이동해야 한다. 그래야 이 분야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늘려 미래 성장 엔진을 확충하고 산업 간 균형성장 구조를 갖춰나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투자유치 패턴을 국내외 기업 간 협력이나 동반성장에 더 비중을 두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 외국인 투자를 매개로 글로벌 기업과 국내 중소, 중견기업 간에 기술개발, 마케팅, 해외시장 진출 등 다양한 협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슬람채권 발행이 허용되면 중동 자본 유입도 급증할 것으로 기대한다.

▶문휘창 교수=FDI 유치 정책의 핵심은 FDI를 자국에 유리하게 선택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외국인 투자기업들의 경영활동에 불편을 없애면서 우월한 경영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은 장점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면 외국기업은 절대 들어오지 않는다. 한국에 대한 FDI 약점이 경쟁국보다 낮은 인센티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실제 서울대가 지경부의 ‘FDI 매력도조사’에 따르면 한국 투자환경의 문제점은 ▷허가나 승인에 관련된 다수의 복잡한 행정적 규제와 절차 ▷높은 법인세와 여러 종류의 세금 ▷일관성 없는 정책 ▷노동문제 등이다. FDI의 유치는 다른 경쟁국과 비교를 통해 이뤄진다. 즉 다른 경쟁국들과 비교해 행정적 규제가 적고, 법인세율이 낮고, 정책의 일관성이 더 있으며 노동문제가 적은 경영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정리=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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