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계기판이 두려운 그대…똑똑하게 갈아타라
뉴스종합| 2011-01-28 12:10
유례없는 고유가 시대…‘고효율 친환경자동차’ 봇물

하이브리드·클린디젤 연비효율 ‘업’ 탄소배출 ‘다운’

엑센트·프리우스 등 국내외 업계 연비전쟁 본격돌입



중학교 교사인 신수진(37ㆍ안양시 평안동) 씨는 요즘 차를 몰기가 두렵다. 치솟는 유가 탓에 주유비가 만만치 않아서다. 소유한 차량이 국내 완성차업체가 제조한 2004년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 경유를 사용함에도 1㎞ 주행에 평균 150원 이상이 든다. 출퇴근과 근거리 이동을 위해 하루 40㎞만 운전해도 매일 6000원이 드는 셈이다. 여기에 가족과 주말에 나들이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줄잡아 매달 30만원 이상을 연료비로 사용해야 한다.

신 씨는 “맞벌이인 남편도 차량이 필요해 곧 차를 한 대 더 사야 하는 처지라 유류비 부담이 한층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이번에 차량을 구입할 때는 연비를 우선 고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예상치 못한 한파 등이 겹치면서 국제유가가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때문에 시중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경유 등 유류제품 가격 역시 상승세가 꺾일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자연히 가계 지출 항목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계속 높아만 간다. 가계부를 바라보는 주부들의 한숨과 주름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앞다퉈 연료효율(연비)이 높은 친환경차량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 화석연료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연료비가 적게 들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차량이 미래형 자동차의 대세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연료효율이 높은 친환경차량은 시간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정지 상태에서 엔진이 꺼지고, 주행 중 액셀러레이터를 밟지 않거나 브레이크를 사용할 때 낭비되는 에너지를 차량 내 충전지에 모아 재활용함으로써 연비를 높이는 하이브리드카는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ℓ당 29.2㎞의 공인 연비를 자랑하면서 전 세계 하이브리드카의 대표 차량으로 자리 잡은 도요타 ‘프리우스’는 지난해 미국에서만 14만대 이상 판매될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일정 거리는 전기 충전만으로 주행하고 이후부터는 휘발유를 사용해 발생시킨 전기로 달리는 플러그인(Plug-in) 하이브리드카가 주목받고 있다. 연비는 높지만 궁극적으로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순수 하이브리드카와 달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는 전기를 기본으로 사용하고 충전된 전기의 방전이 끝난 시점부터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작년 11월 미국에서 양산 및 판매에 들어간 GM의 ‘시보레 볼트’는 40마일(64㎞)은 전기만으로 달린다. 하루평균 주행 거리가 64㎞에 못 미치는 운전자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전기만으로 차량을 움직일 수 있는 셈이다. 전기를 다 소모하면 충전만 하면 된다. 충전에 필요한 시설만 갖춰진다면 유류비 부담 없이 전기료만으로 차량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다만 차량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 부담이다. 시보레 볼트의 미국 판매가격은 4만1000달러다. 정부의 친환경차 보조금 7500달러를 제외하더라도 가격은 3만3500달러(약 3732만원)에 달한다. 같은 차급의 휘발유차인 현대차 ‘아반떼’ 최고급형 모델 가격이 1990만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부담스럽다.

그러나 차량을 소유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익이 된다는 점과 환경 오염이 거의 없다는 장점 등이 부각되면서 고객들의 관심은 대단히 높다. 실제 지난해 11월 시중에 나온 시보레 볼트 326대는 출시 직후 매진됐다. 현재 사전계약분만 1만대에 달한다.

시장 반응이 예상을 뛰어넘자 GM은 올 생산목표를 애초 1만대에서 2만5000대로 늘리고, 내년 생산계획도 기존 6만대의 배인 12만대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유가 시대 자동차 업계의 연비전쟁은 계속된다. 왼쪽부터 BMW 액티브하이브리드 X6, 도요타 프리우스, 현대 엑센트, 쉐보레 볼트, 벤츠 S400 하이브리드.

프리우스를 앞세워 전 세계 순수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장악한 도요타가 이달 초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11 북미 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프리우스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인 것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의 잠재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전기 충전만으로 차량이 움직이는 순수 고속전기차도 이미 판매 중이다. 닛산에서 팔고 있는 ‘리프’와 미쓰비시의 ‘아이미브(i-MiEV)’가 대표적이다. 순수 전기차는 특히 국내에서도 지난해 현대차가 ‘블루온’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 기아차에서 고속 주행이 가능한 양산형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순수 전기차는 성능이나 편의성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충전이 가능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밖에 유럽을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클린디젤도 연료효율성 측면에서는 뛰어난 결과물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독일 폴크스바겐의 ‘골프 블루모션’은 평균 연비가 ℓ당 22㎞에 육박하고, 프랑스 푸조 ‘308’도 21.2㎞에 달한다. 곧 시장에 나올 현대차 ‘엑센트’ 디젤모델의 연비 역시 ℓ당 2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동훈 폴크스바겐코리아 사장은 “클린디젤 차량은 연비가 좋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는 장점과 운전하는 재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차량 가격이 저렴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면서 “연비를 우선시하는 고객이라면 클린디젤 차량에 관심을 두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충희 기자/ hamlet@heraldcorp.com




주유는 아침에 ⅔정도만…가까운 거리는 60㎞전후로 밟으세요


가계살림 돕는 현명한 경제운전법


고유가 시대에는 자동차 연료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아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운전자의 노력이나 습관에 따라 연간 수십만~수백만원의 돈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주유비를 절약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비가 뛰어난 차량을 택하는 것이다. 하이브리드카, 클린디젤 차량, 경ㆍ소형차 등은 1ℓ로 20㎞ 이상 달릴 수 있다.

차계부를 작성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알뜰살림을 위해 가계부를 쓰듯 차계부를 챙기다 보면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운전하기 전 목적지까지 가장 효율적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숙지하는 것도 권장할 만한 습관이다. 단, 거리가 짧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거리가 좀 길더라도 덜 막히는 길을 골라야 제자리에서 기름을 낭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정속 운행을 하면 급출발 및 급제동을 하는 운전자보다 20~30%정도 연료를 아낄 수 있다. 최근 출시되는 차량들의 ‘에코드라이빙모드’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경제운전의 효과적인 방법이다.

주유할 때에는 가급적 연료가 덜 팽창한 아침을 택하고, 기름을 가득 채우면 무게 때문에 연비가 나빠질 수 있는 만큼 최대치의 3분의 2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공회전을 줄이는 습관도 필요하다. 겨울철 엔진 예열은 불가피할 수도 있지만 1500㏄급 소형 자동차가 하루 5분간 공회전을 하면 1년에 30ℓ 이상 연료를 더 소비한다. 배기량이 커지면 공회전에 따른 연료 소모도 늘어난다.

운전 습관도 연비에 만만치 않은 영향을 미친다. 급출발 및 주행 중 급격한 속도 변경은 자제해야 하고, 급제동을 피할 수 있도록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정속 운행을 하면 급출발 및 급제동을 하는 운전자보다 20~30% 정도 연료를 아낄 수 있다.

같은 거리를 이동할 때 시속 60㎞ 전후로 저속 운행을 하면 연료 소모가 줄어들고, 차량이 이동하는 도중 1500rpm(분당 회전 수) 이상에서 발을 떼고 관성 운전을 하는 것도 연료효율을 끌어올리는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다.

이충희 기자/ hamle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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