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비정규직에도 격려금주는 H&M의 성공비결?
뉴스종합| 2011-02-04 08:00
파트타임 근로자라도 5년이상 근무하면 격려금 적립이 시작되고, 10년 이상 근무자는 62세가 되는 해부터 근속연수에 따라 격려금을 받을 수 있는 회사. 남자 직원도 눈치보지 않고 장기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회사. 본사 임원이라도 1년에 한 번은 매장에서 상품 판매를 해야 하는 회사.

한국의 기업 문화에선 꿈 같은 일을 실현하고 있는 이 회사는 H&M(Hannes&Mauritz)이다. 1947년 설립돼 패스트 패션업계의 선두주자로 올라선 스웨덴의 H&M은 ‘직원 중시 기업 문화의 대표’라고 삼성경제연구소가 운영하는 기업체 최고경영자(CEO) 대상 사이트 세리CEO는 분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다 트렌드를 발빠르게 반영한 패션 아이템으로 대중에게 큰 인기를 모은 H&M의 경영 유전자(DNA)엔 뭔가 특별한 게 있었다. 예지은 삼성경제연구소 인사조직실 연구원은 기업문화 측면에서 H&M의 성공요인을 3가지로 압축했다.

첫번째는 ‘넥스트 미(Next Me)’원칙. 이 회사는 모든 관리직은 자신을 대체할 인물을 육성해야 승진을 할 수 있게 해 놓았다. 부하직원과 수시로 개별상담을 해서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파악하는 게 관리직의 주요한 임무로, 리더 평가의 기준이다.

국내 주요 그룹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자신이 맡은 업무를 대체할 자원, 즉 후계자를 미리 정해놓고 일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 자칫 후계자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H&M에선 휴직을 신청하는 걸 자신의 업무를 대신하는 사람의 성장기회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이런 판단은 구성원들 간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고 예 연구원은 설명했다.

‘열린 인사제도’도 주목할 대목이다. H&M엔 정해진 커리어패스(Career path)도 없다고 한다. 모든 직원은 몇 단계 위에 있는 직책에 도전할 수 있다. 현재 이 회사의 디자인 책임자인 안-소피 요한슨은 과거 점포 판매원에 불과했지만, 스스로 만든 디자인 포트폴리오가 본사에 채택되는 등 두각을 나타내 현재의 위치에 올랐다. 스웨덴 본사 간부와 스태프는 1년에 한 번 점포에서 일하도록 H&M은 정해 놓았으며, 직원들이 한 분야에서 충분히 성장했다고 판단하면 다른 분야에 도전하게 한다. 아울러 헤드헌터를 통해 전문직을 영입하기 보다 퇴직자, 전직자 중에서 적임자를 물색해 고용하는 전통도 H&M은 갖고 있어 책임감과 소속감이 특히 높다고 했다.

1947년에 오픈한 스웨덴 1호점은 2대째 점장을 맡고 있다는 게 H&M 구성원의 끈끈한 회사 사랑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예 연구원은 “새로운 인재를 신속하게 영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원과 회사 관계를 장기적 안목으로 보고 기존의 훌륭한 직원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H&M은 인터브랜드가 발표(2010년 기준)한 세계 10대 브랜드 중 패션 분야에서 루이비통에 이어 2위(전체 21위)에 올랐으며, 38개국에 2000여개의 매장이 있다. 지난해 매출은 18조6000억원, 직원수는 5만여명에 달한다.

<홍성원 기자@sw927>

hongi@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