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원외 손학규의 딜레마
뉴스종합| 2011-02-14 10:54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청와대 영수회담은 거부하되 국회는 등원하는 쪽으로 리더십 논란을 봉합했지만 남은 상처가 아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박지원 원내대표와 불협화음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이 상처를 입은데다 앞으로도 당운영을 둘러싼 시각차속에 마찰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선 경쟁자인 정세균 정동영 두 최고위원을 비롯해 당내 비주류인 쇄신파와도 각종 사안을 두고 견제가 커지고 있다. 

손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등원 결정 및 영수회담 거부와 관련, “이명박 정권과 허심탄회 하게 논의하려고, 또 사과 한마디라도 들으려는 충정이 오히려 순진했던 것 같다”며 “민생을 지키려고 국회에 들어가는 만큼 반민생 법안을 막지 못하면 ‘옥쇄’(玉碎; 옥처럼 아름답게 부서진다는 뜻으로, 대의나 충절을 위한 깨끗한 죽음)를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옥쇄를 각오하겠다’란 대목에선 그의 결연한 의지도 담았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평소에도 스스로를 의회주의자를 자처하는데다 국회에서 여야관계를 풀기를 바란다. 원내대표의 신분으로 임기 종료시점인 5월까지 국회 이슈를 주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원외 신분인 손 대표는 장외투쟁 이외에는 존재감을 드러낼 마땅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시각차를 좁히지 않으면 당분간 마찰은 불가피한 셈이다. 당장 2월 국회에서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이나 개헌 특위 구성 등을 놓고도 마찰이 불거질 수 있다. 이를 두고 한 재선 의원은 “손 대표의 원외 딜레마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두 사람 갈등의 이면에는 총선을 앞두고 호남권 세력 재편을 둘러싼 쟁패전이 원인이라는 시각이 더 많다. 기존에 호남이 정세균ㆍ정동영 최고위원과 박지원 원내대표 세 사람의 호남 맹주 간 경쟁구도가 손학규계와 비손학규계간 양자구도로 재편되는 과정에 나온 마찰이라는 해석이다. 손 대표는 일단 자신의 100일 희망대장정 계획을 중단없이 추진키로 했다. 그의 핵심 측근은 “오늘도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의료복지 문제를 점검하는 등 앞으로도 일정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이 등원 결정을 한 마당에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한 항의성격이 짙은 희망대장정 일정을 소화하기에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어 고민이다.

당장 4ㆍ27 재보선에서 패배하게 되면 책임론을 앞세워 정세균 정동영 두 최고위원이나 비주류가 반격에 나설 가능성도 커서, 손대표의 시련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심형준 기자 @cerju2>

cerj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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