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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워크아웃(?)...건설사 부작용 속출
부동산| 2011-02-16 10:40
“사업을 하고 싶어도 채권단에서 수시로 제동을 거는 데다, 알짜 보유 재산은 매각에만 신경을 쓰니 과연 구조조정의 순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겠습니까”

지난해 6월까지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건설사 구조조정과정에서 33개의 중견 주택건설업체가 워크아웃에 들어갔지만, 채권단들이 기업회생을 돕기 보다는 ’자산 빼먹기’에 혈안이 됐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특히 ‘월드메르디앙’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월드건설이 워크아웃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전격 신청한 사례는 전형적인 워크아웃 제도의 역기능으로 꼽힌다.

워크아웃이 기업의 회생 보다는 채권단의 채권 회수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본래의 취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

통상 건설사들은 워크아웃 개시결정을 받게되면 채권은행들로부터 철저한 관리 및 통제를 받게 된다. 채권단은 단 한푼이라도 더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회사 운영을 주도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워크아웃이 개시된 업체는 인원감축을 시작으로 보유 중인 자산 매각 등 회사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된다. 문제는 수년째 이어지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

채권단은 신규 분양을 통한 현금 회수가 어려워지자 건설사의 알짜 자산을 팔아치워 채권을 회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로 인해 워크아웃 건설사들이 보유 중인 사업장 정리는 물론 사옥 매각까지 대거 이뤄지고 있다. 워크아웃 기업이 재기할 수 있는 발판까지 치워버리는 치명적인 방법이다.

현재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한 건설사의 실무 담당자는 “지난해 아파트 신규 분양을 시작하려할 때 미분양을 우려한 채권단이 제동을 거는 바람에 상당히 고전한 적이 있다”라며 “신규 사업을 통해 재기를 하려는 건설사의 발목을 잡으면, 결국 채권단은 채권 회수만 하고 건설사는 헌신짝처럼 버리겠다는 것인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법정관리까지 신청한 월드건설을 두고 건설업계에서는 "채권단이 홀딱 벗겨 먹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채권단이 강남 사옥, 사이판 리조트, 한강신도시 주택개발 용지 등 돈이 되는 자산을 모두 매각해 채권을 해수해, 정작 월드건설은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부실 기업의 자산 매각은 다급한 사정을 악용한 매수자들에 의해 헐값으로 떨어져, 자산가치 감소를 가져오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건설업이 가진 고유한 특성 역시 건설사가 워크아웃에서 회복하기 힘든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주택 시장 침체로 대형사를 포함해 너도 나도 공공발주 공사와 재개발ㆍ재건축 등 리스크가 적은 사업지로 몰려가고 있지만, 워크아웃 기업은 부실기업의 꼬리표가 붙어 공사이행보증서, 선급금보증 등을 발급받지 못해 공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에 따라 제2의 월드건설, 진흥기업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난해 말 폐지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을 연정하는 과정에서 건설사들의 애로와 요구사항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순식 기자@sunheraldbiz>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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