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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4%(전세) vs 7%(반월세)"...세대간 갈등 증폭되나
부동산| 2011-02-18 08:52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전세대란으로 5000만원이 올라 2억원으로 전세 시세가 형성된 아파트를 두고 집주인과 세입자가 옥신각신한다. 집주인은 "5000만원을 돌려줄테니 1억원만 보증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월세로 70만원씩 내고 재계약하라"고 제안한다. 이에 세입자는 "그냥 5000만원을 올려줄테니 2억원 전세로 하자"고 사정한다.

임대시장에 불어닥친 반전세ㆍ월세 트렌드가 낳은 풍경이다. 연 4%의 은행이자로 1억원의 연간 수익은 400만원, 이마저도 15.4%의 소득세를 제외하면 339만원이 고작이다. 하지만 5000만원을 돌려주고 월세를 꼬박꼬박 70만원씩 받으면 세금 한푼 내지 않고 연간 840만원을 버는 ’더블장사’다. 집주인은 반전세(보증부월세)가 두말이 필요없는 최선의 선택이다. 하지만 전세금을 묶어 놓고 한푼두푼 모아 내집마련을 하려는 세입자에게는 ’영원한 홈리스’의 지름길이다.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 등 강남 3구에서 확산되고 있는 반전세ㆍ월세는 경기 남부를 평정하고, 한강을 넘어 강북으로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임대차시장의 지각변동은 서막에 불과하다는게 공통된 의견이다. 

서정렬 영산대 교수(부동산금융학과)는 "노후전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다주택자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퇴직하면서 월세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완전 전세’ 형태는 향후 2~3년내 사라질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선진국에 진입할수록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 탓이다. 

임대시장은 급속하게 변하는데, 세입자들은 반전세ㆍ월세에 적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그만큼 충격과 반발도 크다. 한국인의 정서에 매달 월세를 내는 임대 형태는 ’공돈’이 나가는 것처럼 익숙지 않다. 전세보증금에 대한 이자비용의 기회손실만을 감수해야 했던 세입자들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주거비 부담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작게는 연 7%, 많게는 연 10%에 달하는 월세는 살인적 수준이다. 더군다나 세입자가 집주인에 대해 갖는 심리적 불평등은 전통적으로 뿌리깊다.

이에따라 임대시장의 급변화는 세대간, 계층간 갈등을 증폭하는 시한폭탄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적 영역의 임대시장에 정부와 정치권이 노심초사하는 이유다. 반전세를 살고 있는 직장인 이모씨(42)는 “한 달에 수십만원 씩 월세를 지출하고, 교육비와 생활비 등을 제하면 어떻게 돈을 모으고, 내 집은 어떻게 마련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직장인 조모씨(33)는 “베이비 부머가 은퇴해 너도 나도 반전세와 월세로 전환한다면 젊은 세대들만 봉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집주인들의 입장은 정반대다. 월세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박모씨(49)는 “향후 집값이 오를 가능성도 높지 않은데, 낮은 금리 속에 전세 보증금을 받아 아파트의 감가상각비용, 매년 지출하는 재산세 등 보유세, 노후화에 따른 수리 비용 등을 집 주인이 일방적으로 부담하면 그게 자원봉사와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다. 30~40대가 소득의 상당부분을 주거비로 할당하면 가처분 소득의 감소→소비감소→장기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사회학과)는 “경제와 사회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라도 임차인들이 수긍할 수 있는 적정한 월세률 등 임대 보호 제도의 강화를 골자로 하는 해법이 시급하다”고 고 조언했다. 현행 연소득 3000만원 이하에게만 적용되는 월세 세액공제는 물론, 임대주택 제도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순식 기자@sunheraldbiz>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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