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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비한 진압속 거세지는 반정부시위......“수도 트리폴리 온종일 총성”…42년 철권 붕괴 초읽기
뉴스종합| 2011-02-21 11:30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박격포, 무장헬기 등을 동원해 무자비한 진압에 나섰지만 반정부 시위대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시위는 20일 수도 트리폴리를 비롯, 서부 해안지역 등으로 확산됐다. 벵가지에서는 일부 군인들도 반기를 드는 등 반발이 확산되면서 카다피 정권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다피는 끝났다=이날 트리폴리 녹색광장에서는 수천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친정부 시위대와 충돌했다. 시위대는 거리에 걸린 카다피 사진에 돌을 던졌고 군은 실탄과 최루가스를 발사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앞서 리비아 정부는 인터넷 연결과 외국 언론 취재 등을 철저히 봉쇄했다. 하지만 익명의 목격자들은 트리폴리에서 하루종일 총성이 잇달았다고 전했다.
또 이날 벵가지에서도 최소 1만명 이상 시위에 참여했으며 보안군이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주민들은 벵가지에서 ‘집단학살(genocide)’이 자행되고 있다며 상황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벵가지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모하메드 압둘 라만(42) 씨는 “벵가지는 전쟁상황”이라며 일부 시위대가 경찰 청사를 불태우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시위대는 무력 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시민들의 관을 메고 군 기지 등을 지났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노란 베레모를 쓴 보안군이 이들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했으며, 외국 언론과 인터뷰한 리비아인들은 체포됐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아랍연맹 주재 리비아 대사인 압델 에후니는 정부의 벵가지 무력진압에 반발해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에후니 대사는 “시위대는 정상적인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카다피는 끝났다. 그는 국민을 잃었기 때문에 하루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리비아의 주요 부족 중 하나도 카다피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등 반발은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다피 출국설도 나왔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신문인 알 샤르크 알 아우사트는 카다피 일가와 가까운 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들은 이집트나 튀니지 전 대통령처럼 권력을 포기하느니 “리비아 땅에서 죽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Uㆍ미국, 유혈진압 중단 강력 촉구=한편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리비아 정부에 유혈진압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리비아 정부는 이에 반발하며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불법이민을 통제하는 데 협조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리비아는 지난해 가을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불법이민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겠다면서 그 대가로 유럽 국가들에 연간 50억 유로를 요구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ㆍ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실무만찬에 참석하면서 “우리는 줄곧 자제를 요구했으며 이러한 요구를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 폭력을 종식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카렐 슈바르첸베르크 체코 외무장관은 이날 만찬에서 “카다피가 무너지면 전 세계에 더 큰 재앙이 올 수 있다”고 말해 리비아 사태에 대해 다른 시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21일 열리는 정례 EU 외무장관회의에서는 당초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 고위 인사들에 대한 자산동결 문제가 집중 거론될 예정이었지만 리비아 사태 등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될 전망이다.
한편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이날 성명을 통해 “사실을 확인 중이나 수백명의 주민이 사망했다는 믿을 만한 소식을 접했다”며 “평화적인 시위대에 대한 폭력 사용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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