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영국?한국?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들다
라이프| 2011-02-22 09:50

해외 공공미술작업만 50건

국내 MCM 외관 디자인도

英 전원풍 이미지 재현

고려청자 문양서도 영감

두나라 전통 패턴 재해석

건물벽 전체가 작품으로…




국내엔 덜 알려졌으나 활발하게 주목받는 해외 작가를 소개하기 위해 지난해 서울 서초동에 개관한 비영리 아트센터 ‘아트클럽 1563’은 요즘 온통 ‘꽃무늬 천국’이다. 아트클럽 전체가 현란한 각종 꽃무늬 패턴으로 휩싸여 있어 어지러울 정도다.

매우 낯설지만 신선한 이 공간작업은 영국의 ‘잘 나가는’ 현대미술가 리차드 우즈(Richard Woods)가 시도한 것이다. 아트클럽 1563의 초대를 받은 우즈는 ‘서울 튜더(Seoul Tudor)’라는 타이틀 아래 서초동 하몬프라자 지하의 아트클럽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공공미술 작품으로 변신시켰다. 그의 한국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즈는 자신이 태어난 영국 북부 체스터 지방의 15세기 튜더왕조 양식에서 시작돼 19~20세기 영국 서민주택에 즐겨 차용됐던 목 튜더(Mock Tudor) 양식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다. 또 19세기 영국 장식미술의 거장인 윌리암 모리스의 화려한 벽지, 섬유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도 한다.

‘서울 튜더’라 명명된 우즈의 이번 신작은 1950년대 영국에서 인기가 높았던 오늬 무늬(헤링본)의 목골조 장식패턴을 골간으로 한다. 영국의 전원풍 패턴을 재현한 그의 작품은 21세기 첨단도시의 전시장을 가득 채우며 색다른 정취를 불러일으킨다. 또 순수미술과 건축, 디자인의 경계를 사뿐히 넘나들며 ‘실재와 허상’ ‘자연과 도시’ ‘내부와 외부’ 라는 대립적 개념의 아이러니를 되묻는다. 


 작가는 그동안 네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그때마다 한국의 전통패턴을 찾아 탐구했다. 특히 고궁과 사찰의 단청, 도자기, 자수, 복식에 깃든 문양에 매료됐고, 이번에 새로운 패턴을 만들게 됐다. 작가는 “얼핏 보면 지극히 영국적인 버드나무 패턴(윌로)같지만 자세히 보면 좀 다를 것이다. 고려청자 안에 양감된 버드나무 문양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동양 도자기에 새겨졌던 버드나무 문양이 서양 작가에 의해 재해석돼 다시 동양의 공간에 선보여지는 셈이다.

그의 작업은 서초동 하몬프라자 외벽 전체을 감싼 흑백톤의 튜더 스타일과 조화를 이루며, 건물 안팎에 묘한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아울러 한국과 영국, 두 나라의 전통적 장식패턴이 한 작가에 의해 재해석돼 건물 외부와 내부를 이어가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우즈가 창안한 패턴은 영국의 전통적인 목판 방식으로 스튜디오에서 일일이 손으로 판화 찍 듯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각 패턴은 그 이미지가 설치된 장소를 하나의 랜드마크처럼 ‘로고(LOGO)’화한다. 즉, 한 장소에 사용된 패턴은 그 장소를 특정화해버리는 것.

우즈는 2009년 서울 청담동의 럭셔리 패션브랜드 MCM의 플래그십 스토어 외관을 디자인하며 한국에 소개되기 시작했다. 원색을 사용한 MCM 외관 작업은 청담동 뉴로데오 거리의 ‘예술적 아이콘’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국내엔 생소하나 유럽및 미국에서 혁신적 공공미술로 명성이 높은 영국의 리차드 우즈가 서초동 아트클럽 1563 전체를 현란한 패턴작업으로 꾸몄다.(오른쪽) 뒷편의 버드나무 패턴은 고려청자에서 영감을 받아 드로잉한 것이다. 서초동 하몬프라자의 흑백 외관(위)은 영국 전통 튜더무늬를 현대화한 것.

해외 미술계에서도 우즈의 이름은 꽤 널리 알려져 있다. 그동안 50건 이상의 공공미술작업을 진행해왔다. 특히 뉴욕의 주요한 갤러리스트였다가 LACMA 관장으로 선임된 제프리 다이치와 함께한 ‘Super Tudor’ 프로젝트(2002)를 비롯해 영국 로열아카데미에서 전시한 ‘Two cockatoos’(2002), 제50회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중 헨리무어 재단에서 펼친 전시(2003), 영국 옥스포드대 러스킨스쿨의 ‘New Build’(2005) 작업 등이 손꼽힌다. 전시는 4월 8일까지. 무료 관람. (02)585-5022

글ㆍ사진=이영란 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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