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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에 성난 農心 ...도입까진 ‘산넘어 산’
뉴스종합| 2011-03-04 12:12
중대형농가 사육마릿수 제한

방역·위생관리에 효율적

농가 “대책 안된다” 비판


청와대가 중대형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축산업쿼터제(사육 마릿수 총량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축산업계의 새로운 쟁점이 되고 있다.

청와대가 언급한 쿼터제는 말 그대로 농가별로 사육할 수 있는 축우의 수를 제한하는 제도다. 국가적 차원에서 전체 축우의 수를 관리함과 동시에 적절한 설비와 규모를 갖춘 농장이 축산의 중심에 서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쿼터제 도입 필요성은 그간에도 간간히 제기되어 왔다. 2000년대 후반 이후 급격하게 늘어난 전체 축우의 수를 적정 수준으로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견해와 사업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축산농가의 현대화ㆍ대형화를 촉진해야 한다는 견해가 쿼터제의 도입 근거다.

쿼터제가 시행될 경우 농가 간 사육 마릿수 거래가 가능해진다. 설비와 사육 능력이 충분한 농가는 경쟁력이 부족한 축산농가로부터 쿼터를 사들여 사육 마릿수를 늘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대형 농가 간 통합과 부실 축산농가의 자연스러운 퇴출을 꾀할 수 있다.

구제역 등의 가축질병 방역과 축산물 위생 관리에도 쿼터제 도입은 효율적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당장 2012년부터 시작되는 ‘가축분뇨 해양투기 금지’에 맞춰 분뇨 처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대형 축산농가의 역할을 더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유럽과 일본 등 축산 선진국에서도 이미 적정 사육규모 유지를 위한 쿼터제가 시행 중이다.

하지만 축산업 쿼터제가 조기에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축산농가와 업계의 반발이 적지 않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쿼터제 도입의 근거로 ‘좁은 공간에 많은 수의 가축을 사육하는 현행 대규모 축산방식이 구제역에 취약하다’는 ‘방역론’을 들고 나왔지만 쿼터제 도입의 핵심은 방역이 아니라는 것이 축산업계의 반응이다.

특히 최근 들어 정부 관료나 여당 당직자가 잇달아 축산농가에 구제역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축산업계와 농가의 심기가 어느 때보다 불편한 상황이다.

한 축산 관련 민간단체의 고위간부는 “공항이나 항만에 대한 방역체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구제역 백신조차 없는 나라에서 전염병을 막기 위해 사육 마릿수를 제한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정부의 쿼터제 도입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민간 축산전문가도 “사육 마릿수 총량제보다는 축종별 국내 생산 자급률을 높이는 방안 등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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