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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엄마가 자식도 못 알아봐서…”
뉴스종합| 2011-03-09 13:49
부모이혼후 고아원에 버려져

30년만에 찾아갔다 문전박대

홧김에 우발적 범행후 자수


부모의 이혼으로 고아원에서 맡겨지는 등 불우한 성장과정을 거친 30대가 다른 남자와 재혼한 생모를 찾아갔다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생모와 의붓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30여년 만에 만난 친어머니 최모(54) 씨가 자신을 몰라보며 “네가 누구냐”고 반문한 것에 격분해 흉기로 찔러 살해한 이모(34)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 8일 오후 1시께 서울 방화동 모 아파트에 살고 있는 친어머니 최 씨를 찾아갔다. 부모의 이혼으로 고아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 씨는 어머니 최 씨와 그녀의 재혼남인 노모(52) 씨를 살해하기 위해 21㎝ 길이의 흉기를 구입한 상태였다. 30여년 만에 만난 아들을 최 씨가 알아보지 못하며 “네가 누구냐. 누가 (여기 오라고) 시켰느냐”고 되묻자 이에 격분한 이 씨는 흉기로 최 씨의 복부 등을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 씨는 어머니를 살해한 후 택시를 타고 경기도 양주에 살고 있는 노 씨를 찾아갔다. 이 씨는 오후 6시20분께 노 씨에게 전화를 걸어 음식점에서 만나자고 유인한 후 흉기로 복부 등을 찔러 살해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두 차례 살해를 저지른 후 이 씨는 다시 서울로 올라온 뒤 오후 10시40분께 만취 상태로 자신의 주거지가 있는 서울 관악경찰서 신사파출소에 자수했다.

이 씨는 “자수하러 왔다”고 해놓고 “술에 취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가겠다”며 횡설수설했으나, 경찰관이 이 씨의 오른쪽 두 번째 손가락에 피가 묻은 휴지가 감겨 있는 것을 수상히 여겨 30여분간 회유하자 “방화동에서 사람을 칼로 찔렀다”고 털어놓았다.

경찰은 서울 관악구 소재 이 씨의 집에 찾아가 부엌에 놓여 있는 세탁기 안에서 피가 묻은 티셔츠와 청바지를 발견했다.

파출소 관계자는 “흉기는 갖고 있지 않았다. 술냄새가 조금 났고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씨가 부모의 이혼으로 버림을 받고 고아원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에 원한을 품고 살해를 계획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살해 동기 등을 수사하고 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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