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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ㆍ핵 ‘쌍둥이 공포’ 시달려
뉴스종합| 2011-03-13 11:12
지난 11일 오후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최악의 강진이 원전 폭발사고로 이어지면서 일본인들의 지진과 핵에 대한 공포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지진과 핵에 대한 ‘트라우마(스트레스 장애)’가 심한 일본 국민에게 이번 강진으로 이 두 가지 공포를 한꺼번에 겪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 악몽 되살아나=지진의 경우 대부분의 세대가 1995년 발생한 고베 대지진을 겪은 경험이 있으며, 일부 전쟁세대는 1923년 발생한 간토(關東) 대지진에 대한 기억도 남아 있다. 한신(阪神) 지역과 효고(兵庫) 현 고베에서 발생한 고베 대지진은 6300명이 숨지고 14조1000억엔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전후 최악의 지진이었으며, 간토 대지진은 무려 10만여명의 사망자를 낸 대재앙으로 일본인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특히 이번 지진은 강도 8.9로 고베 대지진(7.2)이나 간토 대지진(7.8)보다도 훨씬 강하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자료에 따르면 강진이 발생한 지난 11일 오후 2시46분 이후 13일 오전 7시까지 규모 6.0 이상의 강력한 여진만 27차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기간 규모 5.0 이상의 여진은 무려 183회로, 10여 분만에 한 차례씩 일어나고 있는 셈이어서 공포를 더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원전 폭발사고다.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의 원전 1호기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면서 핵 공포까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원자로의 우라늄 원료 가운데 일부가 녹는 ‘노심용해(멜트다운)’이 발생, 지금까지 90여명이 피폭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도 일찌감치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암 등 치명적 질환을 유발하는 방사성 원소 세슘이 폭발사고 이후 검출된 것으로 나타나 19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사고나 1979년 미국 스리마일아일랜드 사고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의 악몽을 직ㆍ간접적으로 갖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이번 원전 폭발에 대한 공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접국, 방사능 확산에 촉각=일본의 원전 폭발사고로 인접 국가인 중국이 방사능 물질 확산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중앙(CC) TV는 사고 후 당국이 해안 지방에서 검측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기상국은 현재 일본 사고 지역에서 바람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고 있고 앞으로 60시간가량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방사능 물질이 앞으로 3일간 중국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은 12일 이번 원전 폭발사고 이후 극동지역의 비상대응 계획을 재점검하라고 지시했다고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푸틴 총리는 이날 “우리는 러시아의 극동 전역 상황을 신중하게 살펴봐야 하고 그러한(일본과 같은) 상황에 대비해 계획해 놓은 모든 수단의 실제 동원 가능성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는 이번 사고로 원전 가동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서 일본의 전력차질이 우려됨에 따라 일본 정부의 요청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을 확대하는 등 긴급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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