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와서는 더욱 이야기 진행이 더뎌진 느낌이다. 이전부터 시청자들의 불만이 제기됐지만 시정의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등장인물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 전개가 느리다” “우려먹기의 달인” “뻔한 이야기로 뱅뱅 돌린다”며 짜증을 호소하고 있다.
입양센터에서 조필용 회장(김성원)-김말선 부부(정영숙)가 애타게 찾는 친딸 조동백이 지난달 심장마비로 죽었다고 알려주자 김말선은 그 충격으로 입원하고, 나중에 김준 국장(강석우)이 입양센터를 다시 찾자 “실수로 잘못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한다. 웃음이 나온다. 진실이 밝혀지면 빨리 끝내야 하니까 이야기 진행을 늦추려는 의도 외의 의미를 찾기 힘들다.
그런데 이 같은 설정과 이야기 장치들이 예고하는 상황이 너무 뻔히 보인다는 점은 드라마를 더욱 유치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악역 윤새와(박정아)는 이혼을 당하지 않고 봉이(오지은)에게 카멜리아 호텔 안주인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발악을 하고 있다. 이런 박정아를 두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홍길동, 이건 뭐 만화 영화를 보는 듯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드라마 작가는 자유롭게 극을 구성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유치하고 억지스러운 이야기 전개가 잦아지고 개연성 없는 이야기를 질질 끌어 가고 있다면 시청자들도 이에 대한 불만을 제기할 권리가 있다. “‘웃어라 동해야’는 2주에 한 회만 봐도 내용을 다 알 수 있다”는 한 시청자의 말을 과장으로만 넘길 게 아니다.
‘웃어라 동해야’는 입양된 재미동포의 시선으로 풀어간다는 점에서 기존 일일극과 차별화돼 있고 김준-홍혜숙 부부와 이강재 가족, 변술녀(박해미) 가족 등 다양한 가족 이야기가 드러나 자연스레 사랑과 결혼의 진정한 의미와 책임감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이런 본래의 의도와 의미를 다시 찾기를 바란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