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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자살보다 점심식사가 중요해?
라이프| 2011-03-17 10:50
편혜영의 세 번째 소설집 ‘저녁의 구애’는 쉽게 그림으로 치환된다. 단단한 벽과 창문, 어딘가를 멍하니 보고 있는 표정의 호퍼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반복된 일상, 바깥을 바라보긴 하지만 벽 너머를 절대 넘어가지 않는 스스로의 감옥에 머무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그렇다. 나의 방 바깥에는 온갖 끔찍한 일이 벌어지지만 이는 오히려 내 방의 안전성을 확인해줄 뿐이다. 

‘동일한 점심’의 나는 열차 투신자살을 목격하고 경찰로부터 동행진술을 요구받지만 그는 구내식당에서 정오에 점심을 먹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가는 거기에 작은 균열을 일으킨다. 에스와 케이의 관광버스 승차권( ‘관광버스 타실래요?’), 불타는 트럭을 보고 여자에게 고백하는 나( ‘고백’) 등 단단한 일상의 궤적을 벗어나진 않지만 변화의 징후를 엿보게 한다.


저녁의 구애 ┃ 편혜영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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