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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지리산에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뉴스종합| 2011-04-06 09:00
[박윤호 하나UBS자산운용 부사장]

인생에서 3대 실패는 초년출세, 중년상처(中年喪妻), 그리고 노년빈곤이라고 한다. 이 중 아마 가장 힘들고 긴 과정은 노년빈곤이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노년빈곤은 곧 기본적인 생계위협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오래 사는 것을 오복 (五福)의 으뜸으로 알았는데 이제는 여기저기서 ‘장수리스크’를 얘기한다. 오래 사는 게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고 짐이 된다니 참 세상이 많이 변했다. 이같이 장수리스크가 자꾸 거론되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빠르게 증가하는데, 그에 대한 대비는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에서 개인이 예상한 은퇴기간(A)보다 실제 더 오래 사는 기간(B)의 비율(B/A)을 장수리스크라 정의하고, 통계청 자료 등을 이용해 산출한 바 있다.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이 예상한 것보다 실제 은퇴기간이 87%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일본, 영국 등의 경우와 비교해서 약 2.5배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장수리스크를 계산할 때 60세 은퇴를 기본 전제로 했는데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처럼 실제 은퇴연령이 훨씬 빠를 수 있음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의 장수리스크는 동 연구소의 결과보다 상당히 더 높을 수도 있겠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노후대비는 크게 국민연금, 퇴직금(퇴직연금), 개인연금의 3중 구조로 돼있다. 국민연금은 매월 적립액이 많지 않다 보니 노후 생계에 크게 보탬이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퇴직금은 그 동안 많은 기업들이 외환위기 등을 계기로 중간정산을 하고 새로 퇴직금 적립을 시작함에 따라 많이 적립되지 못한 상태다. 특히 최근에는 직장별로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 주는 사례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아서 흐지부지 쓰다 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십상이다.

이처럼 국민연금, 퇴직연금이 충분하지 않은 현실에서는 개별적으로 개인연금을 열심히 붓는 것이 가장 바람직해 보인다.

북유럽의 노인들이 여유로운 노후를 즐기고, 우리나라 공무원과 교원들의 연금이 많은 것은 연금체계가 적자재정체계로 되어 있는 이유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월급에서 많이 떼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경우를 보면 연금 액수가 세계 최고인 반면 근로 소득의 50~60%를 세금, 연금 납부금으로 걷어 간다.

개인연금상품으로는 펀드, 신탁, 보험이 있는데 개인연금펀드는 매년 소득공제가 되면서도 적립식 펀드의 이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상품이다.

적립식 펀드는 주가가 오를 때는 매입 주식수가 적어지지만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수를 늘릴 수 있어 전체적인 매입단가를 평준화(cost averaging)함으로써 고점매입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40세는 앞으로 약 42년, 45세는 37년, 50세는 32년을 각각 더 살 것으로 기대된다. 은퇴 후 노년을 인생의 황금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자립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리산 자락에서는 돈이 별로 없이도 잘 지낼 수 있다지만, 그렇다고 다 들 지리산에 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여유로운 노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당장 실천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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