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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살아 있다
라이프| 2011-04-11 11:00
<류동완 대학생기자 | 사진협조 aA 디자인 뮤지엄>희소성의 가치가 분명해 보이는 의자 박물관이라는 다소 독특한 컨셉트의 이 곳 aA 디자인 뮤지엄. 일주일만 지나도 유행이 바뀐다는 홍대 앞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하나의 신(新)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원천은 무엇일까?    




1850년대 영국의 철제문
과거와 현재의 만남  

11일 늦은 저녁. 가득한 조명 불빛 아래의 위엄을 갖춘 정문 쪽 철제문과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고풍스러운 양상의 목재 문을 열고서 안으로 들어선다. 클래식한 문양이 빼곡한 빈티지 나무 바닥재를 밟으며 습관처럼 창가 쪽 빈자리로 시선을 옮긴 뒤 꽤 오래된 분위기 있는 목재 테이블로 자리한다. 비교적 단순한 형상의 플라스틱 의자를 빼 앉아 식사 메뉴를 펼쳐 주문을 마치고 그제야 여유 있게 난 천천히 카페의 전경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통상 카페를 즐겨 찾는 나만의 논리(?)는 우선 서둘러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아 앉고 주문을 마쳐야지만 뒤늦게 주위를 둘러보며 분위기를 감상하고 상대방과 이야기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방식이었다. 앉을 자리를 맡기도 전에 갤러리에 온 마냥 여유 있는 걸음으로 분위기를 감지하는 소위 감성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에 아마도 난 대한민국의 표준 카페어(Cafer)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찾은 이 곳 ‘aA 디자인 뮤지엄’ (이하 ‘aA’)의 1층 카페에서는 적어도 나의 논리를 함부로 적용했다가는 자칫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이곳의 카페에 들어서면 커피주문보다 무심코 앉은 가구에 먼저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쉽게 지나쳤던 장식품과 만져보고 앉았던 모든 가구가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수백 년이 흐른 역사적인 예술품이라면 이제 조금은 실감이 날 것이다. 오래된 Ware House 컨셉트인 ‘aA’의 실내∙외는 1850~1900년대 오리지널 건축 오브제로 재구성했다. 때문에 ‘aA’를 찾아간 에디터의 이동노선은 다음과 같이 재해석된다. 

“1900년대 프랑스 거리 벽 등의 아름다운 조명 아래 1850년대 영국의 철제문과 분홍빛의 프랑스의 문을 열고 카페 안으로 들어선다. 약 120년의 세월이 지난 빈티지 영국산 나무 바닥재를 밟으며 습관처럼 창가 쪽 빈자리로 시선을 옮긴 뒤 1920년대 영국 철재 주물 테이블로 자리한다. 1950년 전후를 대표하는 모더니즘 디자인의 선구자 찰스&레이의 임스 체어에 앉아∙∙∙.”

미러볼 컬렉션<사진 상단>, 임스체어
역사가 가지는 힘

와인을 구매할 때 오직 빈티지(vintage)의 기준으로만 맛과 품질을 결정짓는 구매자가 더러 있다. 물론 이는 올바른 방법이라 말할 수 없지만, 와인에 대한 아무 정보력이 없는 상태에서 결정할 때는 다른 기준보다 실패할 확률이 낮기 때문에 완벽히 틀렸다고도 할 수 없다. 그만큼 역사라는 힘은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갖추고 있는 듯하다. 역사라는 시대정신을 한 번쯤 마음 에 새기고 카페에 들어선다면 남들이 볼 수 없는 새로운 경치와 장소가 펼쳐지는, 소위 내 눈앞의 신세계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곳에서는 작은 것 하나라도 눈여겨 주위를 살펴볼 가치가 충분하다. 앞서 열거한 몇 가지 컬렉션 외에도 광범위한 종류의 작품들이 존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150년 전의 템즈 강변의 가로등, 1900년대 영국의 공장 창문, 1850년대의 영국 최초의 목재 냉장고, 세계적인 디자이너 톰 딕슨의 미러볼 컬렉션 조명 등 깊은 울림을 지닌 예술품들이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 곳은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로 1층 카페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5월에 새롭게 선보일 가구들을 4월까지 교체하는 공사가 있어 더욱 다양한 예술품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가이드북을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1930년대 영국 캐비넷<왼쪽>, 1850년대 영국 클래식 장식장
시대정신을 반영하다

국내에서 유일한 의자 박물관을 설립하고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박물관 컨셉트의 카페 'aA' 대표 김명한씨. 25년여간 가구 컬렉터 인생을 밟아오면서 가구 디자인 역사에 대한 끔찍한 애정과 열정을 바로 이곳을 통해 실현해오고 있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오래된 예술품을 사들여 전시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카페를 찾는 사람들에게 예술품에 앉아 차를 마시고 직접 손으로 만질 수 있도록 해준 배려는 바로 가구를 통해 보다 대중과 가깝게 소통하고 싶어 하는 이유에서 일 것이다.

유독 컬렉션 중에 의자가 많아서 이곳은 의자박물관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의자에 관해 “의자는 작은 건축이다. 조형적으로 완벽하고, 시대성도 담겨 있다.” 라고 답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의자들의 디자이너는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이 건축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의자의 매력적인 정체성을 알고 싶으면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싶어하는 이 박물관으로 찾아오면 된다. 역사와 함께 호흡하며, 오늘도 박물관은 살아 있다. 

http://www.camhe.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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