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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신용등급 전망 ‘강등’...팍스 아메리카나 몰락 신호탄?
뉴스종합| 2011-04-19 07:56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18일 세계 최강대국이자 경제대국인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강등함에 따라 이번 조치가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몰락의 신호탄이 될지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AAA인 신용등급은 그대로 유지됐지만,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것은 앞으로 상황개선이 없을 경우 신용등급 자체도 하향조정될 수 있다는 의미여서 과연 미국이 2류 국가로 전락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18일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하면서 앞으로 실제로 미국의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용평가사가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매기는 경우 일정기간이 지난 뒤에도 상황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등급을 하향조정하고, 반대로 전망이 ‘긍정적’이면 등급을 상향조정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S&P는 이번에 미국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추면서 의미있는 수준의 재정적자 감축방안이 여야간에 합의되고 이것이 2013년까지 이행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재정상황은 같은 등급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현저하게 약화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S&P가 이번 강등의 배경으로 지목한 것은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급증하는 부채였다.

S&P는 이날 성명에서 “미국이 같은 AAA 등급을 받고 있는 국가들과 비교할 때 재정적자가 크고 부채는 급증 추세인 반면, 이에 대한 대처에는 불확실성이 크다”며 “이에 따라 장기 전망을 낮췄다”고 밝혔다.

부채는 다른 나라보다 많은 편인데도 당국의 대처는 형편없다는 지적인 셈이다. 실제로 미국 연방정부의 채무한도는 14조3000억 달러이지만 지난해 말 이미 총 부채규모가 14조달러를 넘어서 한도에 바짝 다가섰다.

채무한도를 늘리지 않을 경우 다음 달 중순께는 법정 한도를 초과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위기극복에 노력하면서도 재정적자 감축에 애를 썼지만 미국은 적극적인 경기부양 조치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재정지출도 늘어 특히 공화당으로부터 재정적자 감축압력을 심하게 받고 있다. 이런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향후 감축노력이 원만하게 이루어질지도 불확실하다.

공화당의 경우 과감한 지출삭감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의 경우 지나친 삭감은 복지지출 감소 등을 불러와 당장 불경기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불편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예산위원장인 폴 라이언 의원은 향후 10년간 6조달러 규모의 재정적자 감축을 내용으로 하는 2012회계연도 예산감축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며,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은 지난 15일 찬성 235표, 반대 193표로 이를 통과시켰다.

이 예산감축안은 그러나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에서는 부결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재정적자 감축을 둘러싼 양당의 싸움은 언제 그칠지 모르는 상태다.

S&P는 의회에서 적자 감축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전망 하향조정의 한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반면, 미국 정부는 바로 이런 상황 때문에 S&P의 결정을 ‘정치적인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의 오스탄 굴스비 위원장은 강등소식이 전해진 뒤 MSNBC 및 CNBC와의 인터뷰에서 “S&P가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낮춘 것은 정치적 판단이며 백악관은 이런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무부의 메리 밀러 금융시장담당 차관보 역시 즉각 성명을 내고 “S&P가 미국의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것은 미국의 지도자들이 국가적 당면 과제인 재정건전성 문제에 대처해 나가는 능력을 과소 평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무디스와 피치 등 다른 신용평가사들이 S&P와는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도 미 당국의 반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무디스의 경우 이번 S&P의 강등 결정이 나오기 직전 발표한 보고서에서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가 합의한 재정삭감안이 미국의 채무와 적자수준을 낮출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당 간의 논의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무디스도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혔지만 기조는 여전히 미국 정부의 재정감축 논의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피치 역시 지난 7일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신용등급은 부채한도 상향조정을 둘러싼 예산전쟁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등급 하향조정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쪽에 점수를 주었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우려되는 수준이긴 하지만 미국 경제와 당국이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S&P의 강등조치가 나오자 예산을 두고 첨예하게 대치중인 백악관과 공화당은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놨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S&P도 미국에 대한 AAA 신용등급은 재확인했다”며 “S&P는 예산 개혁을 위한 적기의 초당적 협력과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공화당의 에릭 캔터 하원 원내대표는 “행정부는 수십년동안 지출 삭감 노력을 제대로 하지도 않은 채 부채 상한을 계속 늘려왔다”며 “S&P가 분명히 한대로 지출과 적자에 대한 통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헤럴드 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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