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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내 각목구타가 남긴 상처들
뉴스종합| 2011-04-25 16:41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람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잡는 곳이였다. 그런 곳이 버젓이 대학이라는 간판을 걸고 있었다니. 차라리 조폭학과라고 해야 할 것 같다.

24일 MBC ‘시사매거진 2580’ 공포의 집합편을 시청하면서 너무 끔찍해 피가 거꾸로 솟는줄 알았다. 자유로운 정신으로 공부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할 젊은 대학생들이 후배들을 모 대학 체력단련실에 집합시켜놓고 머리를 바닥에 박게 하고 각목으로 무자비하게 구타하며 욕설을 퍼붓는 장면은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일명 ‘원산폭격’으로 불리는 이 얼차려는 군대에서도 엄금할 정도로 인체에 위태롭다. 무엇보다 인간성을 파괴하는 비인격적 행위다. 심지어 여자 후배들에게도 잔인한 구타가 행해졌다.

구타는 순환구조로 이어졌다. 건장한 체격의 06학번들이 구타를 가하고 나가고 나면 기합을 받던 07학번들이나머지 후배들에게 뺨을 때리고 발로 차는 등 분풀이성 구타를 퍼부었다. 이들이 밖으로 나가면 08학번, 그리고 09학번, 10학번이 차례로 후배들에게 구타를 가했다. 계속 맞기만 하던 새내기들은 부러진 각목과 어지러운 체력단련실을 모두 정리한 후에라야 3시간여의 광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시사매거진 2580’팀이 학생들을 인터뷰한 장면을 보면 이들이 겁에 질려 어색한 말투로 체벌이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일부는 체벌을 피해 군대에 간다고 했다. 얼마나 모질게 당했으면 이렇게 되버렸을까?

나는 이 장면들을 대학생인 아들과 함께 시청하면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랐다. 대학이란 공간내에서 이런 참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지금 기사를 쓰는 순간에도 가슴이 떨린다.

기합의 이유를 들어보면 더욱 가관이다. 교수에게 선생님이라고 불렀다든가, 집합하는데 잘 나오지 않았고, 선배에게 빨리 인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부푼 꿈을 안고 대학에 들어간 새내기들이 이런 끔찍한 경험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세상에 대한 환멸과 원망만 잔뜩 안게될 것 같다. 2008년에도 한 대학생이 구타로 생명을 잃었지만 폭력이 시정되지 않고 있다.

가해학생의 처벌뿐 아니라 조폭보다도 못한 대학생 폭력 집단을 방치한 교수와 정부 당국이 모두 책임을 지고, 악순환되는 폭력을 근절시켜야 한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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