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안함(뉴스속보)
9·11과 11·9에 대한 성찰
뉴스종합| 2011-05-04 11:20
베를린 장벽 무너진 11·9

9·11로 세계의 벽 제자리

오사마 빈라덴 사살 불구

9·11체제는 끝나지 않아





▶9ㆍ11 vs 11ㆍ9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준 이틀이 있다.”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란 책으로 유명한 저술가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는 평평하다’는 책의 마지막 장을 ‘이틀’을 얘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세계화ㆍ정보화로 권력관계가 상하에서 수평으로 바뀌는, 평평한 게임의 장을 설명하던 그가 불쑥 꺼낸 이틀은 9월 11일과 11월 9일이다. 예상대로 9월 11일은 ‘9ㆍ11 테러’로 익숙한 2001년 9월 11일을 말한다. 날짜를 뒤바꾼 듯한 11월 9일은 콘크리트 200만t, 강철 70만t으로 만들어진 100Km 넘는 거대한 벽,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날이다.

프리드먼은 두 날짜를 오늘날 세계가 작동하고 있는 두 가지 상상력이 경쟁하고 있는 상징이라고 해석했다. 11월 9일은 장벽을 허물고 세계의 창을 열어놓은 창조적 상상력이다. 그러나 9월 11일 창을 완전히 닫게 했고 새로운 벽을 쌓게 한 파괴적 상상력이다.


▶오바마 vs 오사마

지난달 28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출생증명서를 공개했다. 증명서에는 이름은 버락 후세인 오바마 2세, 1961년 하와이 카피올라니 병원으로 명시돼 있다. 케냐 출생이어서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라는 소문을 불식시키기 위해서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출생지뿐 아니라 후세인이란 중간이름(middle name) 때문에 지난 대선 때부터 곤욕을 치렀다. 이슬람에서 자주 쓰는 후세인이란 이름 때문에 아직도 여론조사를 해보면 미국인 5명 중 1명은 기독교 신자인 오바마 대통령을 무슬림으로 알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출생증명서를 공개한 지 며칠 뒤 사망증명서를 받은 인물이 있다. 알카에다의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이다. 비슷한 이름을 갖고 있는 이들의 운명은 엇갈렸다. 한 명은 ‘슈퍼파워’ 미국의 지도자, 다른 한 명은 국경을 넘나드는 테러리스트다. 그중 한 명이 죽었다. 승리와 환호가 백악관과 타임스스퀘어를 물들였지만 명분과 실리 모두에서 오바마가 승자였는지는 잠시 유보하는 게 좋을 듯하다. 


▶2011 vs 2012

빈 라덴이 물속에 가라앉자 오바마는 떴다. 빈 라덴이 사살되자 분석가들은 곧바로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과 연결시켰다. 실제로 빈 라덴 사살 하루 뒤 국정수행 지지도가 전월보다 무려 9%포인트 상승한 56%를 기록했다.

2011년엔 미안한 얘기지만 2012년의 1년 전으로만 기억될 것이다. 정치 쪽에서 바라본다면 그렇다는 얘기다. 2012년은 미국 러시아 프랑스 한국 등 주요 국가들의 대선이 있는 해다. 2011년 정치인들의 행보는 2012년으로 향할 것이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브루니 여사의 임신도 재선을 노리는 사르코지의 중요한 전략이다.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오바마는 갤런당 4달러 대통령”이라고 대놓고 공격을 하는 것도, 배부른 정유사를 특별 조사하겠다고 오바마 대통령이 나서는 것도 대선 행보일 수밖에 없다.

결론은 이렇다. 빈 라덴의 죽음이 9ㆍ11 체제의 끝이라고 보는 것은 속단이다. 오사마가 사라졌다고 오바마가 최후의 승자라고 보는 것도 이르다. 2011년은 2012년의 시각에서 봐야 한다.

세상은 이렇게 복잡하게 움직이고 있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