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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확’ 달라졌다
뉴스종합| 2011-05-12 11:08
삼성이 달라졌다. 덩달아 삼성맨들의 눈빛도 달라졌다.

삼성은 원래 느슨함이 발붙일 수 없는 조직문화로 유명하지만, 최근 들어선 더욱 팽팽한 긴장감이 엿보인다.

이건희 회장의 출근 4주째를 맞이한 삼성의 달라진 분위기다. 이 회장은 현재 스위스 로잔에서의 ‘2018 동계올림픽 개최 후보도시 브리핑’ 행사 참석차 국내를 비우고 있지만, 그가 없는 동안에도 오너의 ‘집무실 귀환’은 삼성 조직에 분주함과 함께 거센 변화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

사장들은 언제 호출될지 몰라 ‘신성장 창출 보고서’를 꼼꼼히 뒤적이고 있고, 직원들은 그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긴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도 예외는 아니다. 이 회장의 출근경영이 후계경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이 사장의 경영활동 폭이 달라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사장단 보고 자리나 오찬 때 합석을 하면서 지근거리에서 아버지 경영을 진지하게 배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평소 굵직한 구매처를 만나는 외부 일정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회사에서 밤늦게까지 큰 방향의 사업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집무실 귀환’으로 삼성의 신성장 동력 방향이 재차 화두에 오르면서 이를 추진하는 미래전략실이나 사장단의 고민 폭도 넓어졌다고 한다. 이 회장은 전자나 금융사장단 보고에서 삼성 신사업에 대한 명확한 타깃 설정 및 중복계획 투자에 대한 과감한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출근으로 그렇잖아도 빨랐던 삼성 의사결정 속도는 광속(光速)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위기론을 들고 경영복귀를 한 이 회장은 올해는 ‘견고한 1등론(글로벌경쟁사의 위협을 극복할 수 있는 안정된 체제)’에 관심을 갖고 있기에 ‘오너만의 결정’이 필요한 현안을 서둘러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삼성이 새만금에 7조6000억원을 들여 그린에너지단지를 조성키로 한 것과, 이달 중국 쑤저우의 LCD 공장 착공 등 일련의 굵직한 현안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5월 들어 이 회장이 다시 평창올림픽 유치 지원 행보에 뛰어들었지만 언제라도 회사로 출근해 경영 지휘봉을 잡는다는 상징성을 보여준 만큼, 직원들의 체감도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삼성 직원은 “회장님이 회사로 나오니까 훨씬 긴장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오너가 왔는데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집안에 어른이 계시느냐, 안 계시느냐의 차이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러다보니 지난달 21일 사실상 첫 출근한 이 회장의 존재감이 삼성에 긍정과 활력의 DNA로 연결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실제로 최근 삼성은 인텔의 3D구조 반도체 개발과 엘피다의 25나노급 D램 개발과 같은 경쟁사들의 위협이 계속되고 있지만, 최지성 부회장 등을 비롯해 그룹 누구도 “큰일 났다”는 분위기보다는 “1등기업이 극복하지 못할 리스크는 아니다”라는 자신감을 내비친다.

이 회장은 스위스에서 귀국 후 삼성 화학계열사 사장단의 보고를 마지막으로 업무보고를 끝낼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보고 후 그룹 전체적으로 메가톤급 이슈를 내놓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결국 당분간은 삼성 내부의 모든 초점은 ‘견고한 1등’을 준비하고 이의 실행력을 극대화할 방안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달라졌고, 앞으로도 더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영상 기자/y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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