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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마오의 권력, 위안화
뉴스종합| 2011-05-16 10:10
1948년 이후 5차례 변신

탄생 과정과 그 속에 담긴 의미는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중국에는 암거래상들이 달러를 마구잡이로 사들였다. 위안(元)화보다는 달러를 보유하는 것이 더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안화 대비 달러 가치도 높았다. 암달러거래상을 통하면 1달러를 10위안(元)에까지 바꿀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은행에서 환전하는 ‘바보 같은 짓’은 해서는 안 될 일 중의 하나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위안화의 위상도 최근 10년 사이 크게 달라졌다. 2010년을 넘겨 2011년이 된 지금은 어딜 가나 ‘위안화’가 대세다.

위풍당당했던 달러의 기세가 꺾이면서 위안화는 더욱 힘을 얻고 있고, 미국과의 대화에서는 위안화 절상 문제가 언제나 이슈로 떠오른다. 새로운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면 최근 위안화의 글로벌화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심지어 최근 절상 속도가 가속화하면서 환차익을 노릴 수 있다며 재테크 시장에서도 위안화는 주목을 받고 있다.

위안화는 그야말로 비주류에서 주류로 떠올랐다.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동남아시아만 가 봐도 위안화의 달라진 위상을 느낄 수 있다. 동남아 현지에서 한국 원화는 환전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위안화는 다른 대접을 받는다. 이미 동남아에서 위안화는 달러처럼 상점에서 직접 거래를 하기도 한다. 환전상에서는 어디서든 쉽게 위안화를 현지화로 바꿀 수도 있다. 몇 년 뒤에는 달러 대신 위안화를 들고 해외여행을 다녀도 무방할 날이 올 법도 하다.

급성장하는 중국과 더불어 주목받고 있는 위안화. 그렇다면 이 위안화는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 그리고 그 돈 속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궁금해진다.

‘중화인민공화국 중국인민은행법’ 제3장 제15조 규정에 따르면, “중화인민공화국의 법정화폐는 런민비(人民幣)다”라고 명시돼 있다. 국제표준기구(통화코드(ISO 4217)는 ‘CNY(ChiNa Yuan)’이지만 국제시장에서 ‘RMB(Ren Min Bi)’로 사용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금액 앞에는 ‘¥’를 표시한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위안화는 중국 중앙은행이 5차로 발행한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1948년 12월 1일은 중국 화폐금융 역사상 가장 중요한 날이다. 이날은 시베이(西北)의 눙민(農民)은행, 진차지(晋察冀) 지역의 화베이(華北)은행, 그리고 산둥(山東) 제팡취(解放區)의 베이하이(北海)은행이 합병되면서 스자좡(石家莊)에 중국 중앙은행인 중궈런민은행(中國人民銀行)이 설립됐다. 그리고 이날 ‘중국인민은행화폐(中國人民貨幣)’가 처음으로 발행됐으며, 이것이 바로 지금의 위안화 ‘런민비’다.

처음으로 발행된 위안화는 1948년 12월에 선을 보였으며, 1955년 5월 10일 이후 시장에서는 더 이상 유통되지 않게 됐다. 10년도 채 사용되지 않은 이 화폐는 인쇄기술이나 종이 질 면에서는 수준이 떨어지지만, 화폐의 도안 등을 살펴볼 때는 여타 화폐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더욱이 현재 시장에 남아 있는 ‘첫 위안화’도 얼마 되지 않는다. 1955년 전국에 화폐 회수 통지문을 내보냈을 당시, 100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유통 화폐의 98.1%가 회수됐다. 더욱이 당시 사람들은 일단 배고픔을 달래는 것이 먼저였기 때문에 이 화폐의 역사적 가치를 예견하지도 못했고, 은행 역시 당시의 원본 파일을 남겨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지폐에는 지금과는 다른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지폐 정면에는 수확이 한창이 농촌의 모습, 중국의 전통 범선, 쾅처(鑛車)와 나귀, 신화먼(新華門) 등이 등장한다. 이는 인민 해방, 밭에서 경작하는 농민의 희열 등을 표현함으로써 당시의 생생한 모습을 증언해준다.

이때 화폐로는 1위안권 2종, 5위안권 4종, 10위안권 4종, 20위안권 7종, 50위안권 7종, 100위안권 10종, 200위안권 5종, 500위안권 6종, 1000위안권 6종, 5000위안권 5종, 1만위안권 4종, 5만위안권 2종이 존재했다.

1955년 3월 1일 런민은행에서는 제2차 위안화 10종을 발행했다. 0.01위안에 해당하는 1펀(分)과 2펀 5펀, 0.1위안에 해당하는 1자오(角)와 2자오 5자오, 그리고 1위안 2위안 3위안 5위안이다. 이어 1957년에는 10위안 1종을 유통시키고, 1펀 2펀 5펀 3종에 대해 동전도 발행했다. 특히 액면가에 따라 화폐 색깔을 달리 해 사용의 편리성을 도모했다. 당시는 중국의 화폐정책이 자리를 잡던 시기로, 이때의 위안화는 온전한 화폐 시스템하에서 발행된 첫 위안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62년 4월 20일에는 제3차 위안화가 발행됐다. 7개 액면가 13종의 화폐가 등장했다. 이때 발행된 위안화는 자체 디자인과 인쇄기술로 제작됐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또 이 당시의 화폐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초까지 유통되면서 가장 오랜 기간 사용됐다. 현재는 일부 소액이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당시 화폐는 농업ㆍ공업ㆍ목축업 등을 상징하는 도안이 등장해 경제발전을 도모하던 그때 모습을 반영했다. 또 부국, 단결 등을 강조하는 그림들도 화폐를 장식했다.

1987년 4월 27일에는 9개 액면가로 구성된 제4차 위안화가 등장했다. 화폐 뒷면에는 완리창청(萬里長城) 창장싼샤(長江三峽) 징강산(井岡山) 등 중국의 명소들이 등장한다. 화폐 앞면에는 소수민족과 지식인ㆍ농부ㆍ광부 등 직업계층으로 꾸며졌다. 100위안짜리에는 마오쩌둥(毛澤東) 저우언라이(周恩來) 류사오치(劉少奇) 주더(朱德) 등 중국공산당 수립 중심인물 4인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1999년 10월 1일, 현재 사용되고 있는 붉은색의 위안화가 탄생했다. 1위안에서 100위안까지 6종의 지폐 앞면에는 모두 중년의 마오 초상이 실렸다. 이로써 위안화는 ‘마오화폐(毛幣)’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이는 덩샤오핑(鄧小平) 사후 마오의 초상이 담긴 화폐로 통일하면서, 그를 구심체로 국가통합을 지속ㆍ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아낸 셈이다.

그러나 화폐 속 마오의 천하통일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다.

윤희진 기자/ jj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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