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박병엽 “친화력? 제가 승부사 기질은 좀 있는 것 같아요”
뉴스종합| 2011-05-25 10:00
24일 서울 상암동 팬택빌딩 19층. 상암동이 내려다 보이는 20평 남짓한 공간이 박병엽 부회장의 사무실이다.

그의 업무용 책상 뒷편으로는 ‘4억불 수출탑’을 시작으로 지난 2005년 팬택앤큐리텔이 받았던 ‘10억불 수출탑’까지 각종 상패와 감사패들이 빼곡했다. 그 밑에는 또 A4용지로 된 각종 서류 뭉치들이 수북했다.

회의에서 수개월치 데이터를 빼들며 ‘몇 개월 전에는 이랬는데 왜 지금은 그 때와 상황이 달라졌느냐’고 임직원들을 진땀나게 만든다는 바로 그 자료다. 워크아웃을 겪어서일까. ‘위기관리시스템’이라고 적힌 두툼한 서류철도 책장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었다.

업무용 책상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박 부회장이 힘들 때, 생각이 많을 때 다시 읽어 본다는 팬택과 자신에 관한 각종 신문기사들이 액자에 끼워져 놓여 있었고, 왼쪽으로는 커다란 세계 지도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박 부회장은 어떤 CEO 보다도 놀라운 친화력의 소유자다. 나이가 어리든 많든 일단 껴안고 ‘형님’이라고 부른다. 자수성가한 IT 기업 수장의 면모는 ‘휴대폰’ 이야기가 나올 때 부터 시작된다. 부품 하나 하나를 열거하며, 경쟁사 제품과 비교 토론할 정도다.

‘힘들다’, ‘경쟁이 싫다’ 면서도 휴대폰 관련 사업만 20년 가까이 해왔다. 그는 “다른 건 모르겠지만 승부사 기질은 있는 것 같다. 도저히 지고는 못 살겠다. 능력이 안되니까 열심히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웃어넘겼다.

박 부회장은 사회 초년 시절 맥슨전자에 입사에 국내영업을 하다가 10평 연립주택을 담보로 지난 1991년 3월 6명으로 무선호출기(일명 삐삐) 회사 팬택을 차렸다. 1997년 5월 부터는 이동전화 단말기를 만들었으며, 2001년 11월에는 현대큐리텔(팬택앤큐리텔)을 인수했다.

4년 뒤인 2005년 7월에는 SK텔레텍 ‘스카이’를 사들였고, 그해 12월 팬택과 스카이텔레텍을 합병했다. 이후 유동성 위기로 2007년 4월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2009년에는 퀄컴의 출자전환을 이끌어냈다. 20주년을 맞는 올해는 드디어 워크아웃에서 졸업한다.

회사일에 빠져 사는 가장의 건강을 노심초사하는 가족으로는 부인과 막 군대를 갔다온 큰 아들, 그리고 고등학생인 둘째 아들이 있다.

<김대연 기자 @uheung>

sonam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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