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通’ 이창렬 삼성사회봉사단 사장 경총포럼
일본 강중기업 실적도 동반상승
결과에만 집착하는 한국산업
성격상 핵심 역량강화 못한다
日 평론가 지적 주목해야
“일본 경제는 역사와 기술력을 자랑하는 부품소재산업의 강중(强中)기업이 이끌고 있다. 삼성이 선전할수록 일본 강중기업의 실적도 동반 상승하는 게 ‘불편한 진실’이다.”
‘잃어버린 10년’에 이어 대지진까지 일본 산업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일본통’ 이창렬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이 일본 산업의 ‘기반’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핵심 역량을 집중 육성하고 R&D에 끊임없이 투자하는 일본 산업은 강중기업이 탄탄한 산업구조이며 현재보다 미래를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게 이 사장의 분석이다.
이 사장은 2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개최한 경총포럼에 참석해 “반도체, LCD산업 재료의 60~70%를 일본 강중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50~100년 된 장수기업이 부품소재산업을 차지하고 있어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이 선전할 때 일본 부품소재산업 실적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블 붕괴 이후 장기 침체기를 의미하는 ‘잃어버린 10년’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그는 “버블 붕괴 이후 과거 고성장보다 침체일 뿐, 오히려 다른 선진국 등에 비해선 성장세가 좋았다”며 “특히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 중국, 아시아계 기업이 성장하면서 B2B에 강한 일본의 강중기업이 일본에 가파른 수출 성장세를 가져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 역량을 끊임없이 육성하는 일본의 연구ㆍ개발(R&D) 전략도 일본 산업의 주요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일본 체류 기간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그는 “1977년 연수생으로 일본에 갈 당시 일본이 연료전지산업에 필요한 유황 박테리아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2004년 다시 일본에 갈 때 그 연구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며 “끈질기게 R&D에 투자하고 있는 일본의 특성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세계 최고 수준의 지속적인 R&D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2004년부터 지적재산에서 무역 흑자를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미래 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특히 “메이지유신 이후 철저하게 선진 문물을 벤치마킹하는 한편, 군함 거리 측정기의 광학기술이 니콘을, 대포 신관기술이 전자시계를, 항공기 엔진이 자동차ㆍ오토바이 엔진으로 이어지는 등 군에 의한 기술 확보를 산업계로 적극 활용하는 게 일본 산업계의 유전자”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한국에 대해 ‘바로 결과가 안 나오면 성이 차지 않는 게 한국 기업이기 때문에 한국인의 성격상 핵심 역량에 집중할 수 없다’고 말한 한 일본 산업 평론가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