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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홀릭도…셔터맨도 ‘푸조 3008’에 홀려
뉴스종합| 2011-05-28 13:13
자동차를 연예인에 곧잘 비유한다. 

굳이 말하자면 독일차는 흠잡을데 없는 장동건같은 미남형의 인상이다. 반면 같은 유럽의 감성이지만 프랑스차는 류승범 스타일이다. 

얼굴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미남도 아니고 키도 몸매도 전형적인 호감형은 아니다. 하지만 전체로 놓고 보면 개성이 뚜렸하고 심지어 전위적이기도 한 악동의 이미지다.

한국에서는 과거 수입차가 부와 권위의 상징이었다. 당연히 보수적 취향인 고객들의 전유물이었고 이런 환경 덕에 독일차가 대세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입차 고객이 보다 젊고 광범위해지면서 특이한 디자인이 ‘먹히기’시작했다.

그 선봉에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차 푸조가 있었다. 현 푸조 라인업 중 가장 자랑거리인 차 3008을 시승했다. 3008은 푸조가 전통적으로 세자리 숫자로 작명을 하던 틀을 벗어나 처음 도전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만큼 네자리 숫자로 선보였다.

첫인상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전면부의 유난히 커다란 라디에이터그릴과 높히 치켜든 고양이(펠린룩)눈 모양의 헤드라이트, 비스듬히 누워있는 듯한 가오리를 연상시키는 후미등까지…하여튼 푸조 3008은 거리에서 유난히 튀는차다.

펠린룩의 앞그릴
사실, 이상하게도 프랑스 파리에서 3008을 마주치면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도로에 씨트로앵이나 르노, 이탈리아 브랜드인 알파로메오ㆍ피아트 같은 차량이 널려 있다보니 푸조는 오히려 점잔거나 심지어 재미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프랑스인들의 머리 속에 3008의 이미지는 중산층이 타는 출퇴근과 가족여행이 동시에 가능한, 비싸지도 그렇다고 싼 차도 아닌 부담 없는 차다. 우리나라 현실과 비교해 보면 현대차 투싼과 비슷한 이미지로 볼 수 있다.

외관상 3008은 SUV치고는 상당히 안정된 자세다. 특히 루프라인(차량 본체에서 천장으로 이어지는 선) 전체가 유리로 처리되면서 시각적으로 차체가 낮아 보이게 해준다. 이런 전면 유리 천장은 내부에서도 탁 트인 개방감을 느끼게 해줘 일석이조의 효과를 느끼게 해준다.

측면에서 보면 앞ㆍ뒤 도어 상단에 처리한 크롬 몰딩이 자동차의 몸매 굴곡을 느끼게 해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다른 차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보닛 대신 A필라를 거의 눕다시피해서 천장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푸조만의 세련된 디자인의 정수라 할 수 있다. 

해치백 느낌이 날정도로 낮은 차체
3008은 높이나 전폭에 비해 전장이 약간 긴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시각적으로는 몸매를 유선형으로 처리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트렁크의 공간을 중시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오히려 큰 장점이다.

실내로 들어섰다. 앞좌석은 마치 레이싱카와 같이 운전자를 휘감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핸드브레이크가 있을 법한 자리에는 가죽을 덧댄 손잡이가 있고 대시보드의 라디오 상단에 위치한 비상등ㆍ앞차거리측정기 스위치도 레이싱카의 버젼은 모방했다.

운전자의 앞유리 상단에 차량 속도와 앞차와의 거리, 등을 나타내주는 ‘헤드업디스플레이’는 그 시초였던 BMW의 것보다도 더 멋지고 편리해보인다.

단점들도 많이 눈에 띈다.

변속기 주변은 한 눈에도‘싸구려’느낌이 나는 플라스틱으로 마감한 티가 나 아쉬웠다. 만질때마다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또한 요즘 국산 경차에까지 들어가는 좌석 열선이 없는 것이나 수동 높낮이 조절기는 4000만원에 달하는 수입 SUV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의아하게 생각할 대목이다.

대시보드 중앙 상단에 툭 튀어나온 만도 내비게이션은 전방 우측 하단의 시야도 방해하는데다 조직할 때도 앉은자리에서 팔을 아무리 쭉 뻗어도 잘 닿지 않는 곳에 위치한다.

감각적인 실내 디자인
BMW의 것보다도 진일보한 헤드업디스플레이
한국으로 수입되면서 내비게이션을 대시보드 안쪽에 매립하지 않고 상단에 얹어놓는 방식으로 장착하다 보니 이음새도 꽉 물린듯하지 않은데다(포장상태가 안좋은 도로를 달릴때 삐그덕 소음 발생) 시각적으로도 실내 디자인을 ‘살짝’ 해치는 듯 보인다.

이제 차의 본질로 들어가 드라이빙 능력을 살펴보자. 시동을 걸었는데 정말 조용하다. 세단인 308과 같은 1600㏄ 디젤 엔진인데 더 조용한 느낌이다. 그만큼 방음제를 더 사용했다는 의미다.

슬슬 속도를 내보니 가속감이 1600㏄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당하디. 하지만 푸조 특유의 경제변속기인 MCP변속기를 사용하다보니 오토변속기임에도 변속될 때마다 탑승자들이 앞으로 쏠리는 쿨럭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수동의 느낌을 적절히 원하는 운전자들에게는 오히려 매력적일 수도 있지만 평범한 운전자들은 이 변속기에 적응되는데 약 한달의 시간은 걸릴듯 보인다.

큰 차체에 비해 엔진 출력은 낮은 관계로 저단의 기어비가 촘촘하게 설정된 느낌이다. 1~4단까지는 RPM을 최대한 활용하기 때문에 가속감에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시속130㎞를 넘어가면서 5단을 사용하면서부터는 매우 굼띤 주행을 할 수밖에 없다. 고속에서 스포티한 주행이 불가능하기에 경이로운 연비가 가능한 것인 만큼 얻은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법칙이다.

서울 도심을 여유롭게 주행하고 간선도로까지 주행해서 3일동안 150㎞를 다니면서 트립컴퓨터에 기록된 평균 연비는 25㎞/ℓ였다. 제원상의 21.2㎞/ℓℓ보다도 높은 수치다. 체감되는 것은 아니지만 127g/㎞의 낮은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환경을 생각하는 주행을 했다는 느낌을 주는데 일조한다.

사실 푸조는 2010년 3008을 내놓기 전까지 한번도 SUV를 만들어본 경험이 없는 회사다. 이런 회사 차를 선뜻 구입하는 것은 약간의 모험이기도 하다.

국내 판매가격은 부가세 포함해 3890만원. 일단 구입해 놓으면 연비 걱정은 다른 차에 비해 훨씬 덜할 수 있는 패필리카다.

날씨 좋은 주말 가족들과 교외나가는 차, 출퇴근할 때 사용하는 차, 친구들 모임에 멋부리고 갈 수 있는 차를 각각 둘 수 없는 형편이라면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 줄 수 있는 차 푸조 3008을 느껴보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윤정식 기자@happysik>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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