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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소통 중시…삼성家 DNA 몸에 밴‘경청의 리더십’
뉴스종합| 2011-06-07 09:40
‘애니콜 신화’ 주인공이자 삼성 휴대전화의 상징이었던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8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사장에 대해 “훈련이 잘돼 있으며 잘하고 있다”고 했다. 경영 후계자로서 많은 준비를 해온 만큼 ‘포스트 삼성’ 안착 가능성을 높이 산 것이다.
이 사장이 사장에 오른 후 그의 ‘준비된 경영’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삼성전자의 야전 사령관으로 활약하고 있는 그의 연이은 실전(實戰)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한때 후계수업을 받으며 ‘황태자’란 이미지의 껍질을 벗고 경영 지휘권이 자리잡았음을 안팎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이 사장은 현재 삼성의 대표 격인 삼성전자의 ‘큰 그림’을 그리며, 때론 위기극복의 선두에 서곤 한다. 이 사장은 애플이나 소니 등 굵직한 거래처와 공급망 점검이나 구매단가 협상으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곤 한다.
전무 때부터 스티브 잡스 등 세계 IT 거물들과 담판을 벌였던 경험이 큰 자산이다.
이 사장이 갈수록 ‘전진 배치’되고 있음은 명확하다. 최근 삼성전자의 쑤저우 LCD공장 기공식 이틀 전에 중국에 가 사전 조율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엔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방문했다. 업종은 다르지만 신성장동력 창출 정점에 오르는 데는 ‘길은 하나’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해법을 찾는 행보로 풀이되면서 업계의 시선을 받았다.
이 사장의 경영 스타일은 명확히 규정된 것은 없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경영을 배우기도 모자란 판에 본인의 경영관을 내세운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는 내면 심리가 강해 보인다.
다만 현재까지의 이 사장 행보를 짚어보면 그의 경영 스타일은 ‘경청의 리더십’으로 요약된다. 그는 직원들과 만날 때면 항상 귀를 기울인다고 한다. 임원 또는 사장들과 회의할 때도 끝까지 들은 후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스타일이다.
인재경영은 이 사장이 꽂혀 있는 철학이다. 이는 대물림이다. “기업의 성패는 곧 사람에 달렸다”는 할아버지 이병철 창업주와 “한 명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이 회장의 인재경영관을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기에 뼛속 깊이 새겼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 사장이 상무일 때 수묵화 하나를 선물했다. 유비가 제갈량을 세 번이나 찾아가 결국 산처에서 나오게 했다는 내용의 그림인 ‘삼고초려도’다. 무언의 교훈이 담긴 이 그림을 이 사장은 늘 가까이 두고 새기고 또 새긴다고 한다.
이 사장 경영의 또 다른 중점은 현장경영에 있다. 역시 삼성가 오너십의 전통이다. 이병철 창업주는 계열사를 둘러볼 때 이 회장을 꼭 배석시켜 현장경험을 쌓도록 했다. 최근 이 회장이 출근경영을 통해 중요 업무보고를 받을 때 이 사장이 자리를 끝까지 지키도록 하는 것과 같다.
이 같은 영향을 받았는지 이 사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을 신봉한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의 신제품이 출시되면 곧바로 백화점이나 매장을 찾아 소비자 반응을 체크하곤 한다. 현장과의 괴리는 ‘최악의 경영’이라는 삼성가 교훈을 잊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사장은 또 소통경영을 중시한다. 삼성 마이싱글을 통한 직원 간의 소통 중요성을 강조한 이가 바로 그다.
다만 ‘후계경영인’으로서의 한계 때문인지 대외적인 소통에는 직접 나서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이 사장의 ‘소통경영’ 의지에 의문을 가지면서 “창업주, 2세 경영자와는 다른 공개적인 소통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확실한 것은 이 사장의 경영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그가 쌓아온 내공의 크기에 따라 머지않아 경영의 색깔 농도와 파급력이 판명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상ㆍ박영훈 기자/y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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