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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잇단 시위, 정부는 없었다
뉴스종합| 2011-06-15 09:44
‘정부는 어디 갔나’

차오저우(潮州)와 쩡청增城) 등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에서 최근 열흘간 두차례의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연일 시위가 계속되고 사상자가 발생하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왕양(汪洋) 광둥 성 서기를 비롯한 현지 정부 수장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아 주민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지난 10일 광저우 쩡청에서 보안요원이 쓰촨(四川)성 출신 농민공 임산부를 집단 구타한 사건을 계기로 대규모 시위가 나흘간 계속됐다. 현지 공안 당국은 경찰 2000여명을 배치하고 장갑차ㆍ최루가스 등을 동원해 무력 진압에 나섰다. 14일 현재 소요 사태는 진정됐지만 도로 곳곳에 무장 경찰이 배치돼 여전히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6일 광둥 성 차오저우에서는 한 쓰촨 출신 농민공이 밀린 임금 지급을 요구하다 업주가 고용한 깡패에게 흉기로 폭행을 당하자 200여 명의 농민공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인터넷과 해외 언론에 따르면 최근의 광둥 성에서 발생한 시위 진압과정에서 체포된 사람이 25명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최소 150명에서 많게는 1000명에 이르고 사망자도 5명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대규모 소요사태에도 불구하고 현장에는 고위 간부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홍콩 밍바오는 정부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이들이 해외 출장 중이거나 행사 참여 등 다른 일정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14일 전했다.

왕양 광둥 성 서기의 경우 사회관리 분야 시찰을 위해 독일을 방문중이었다. 장광닝(張廣寧) 광저우 시 서기는 ‘신(新)광저우를 홍보하기 위해 필리핀에 가 있다. 또 완칭량(萬慶良) 시장은 시위가 발생한 지난 12일 부시장 4명과 함께 국제 룽저우(龍舟·배젓기) 대회에 참가해 노를 저은 것으로 드러났다.

밍바오는 지난해 왕양 서기가 ‘행복 광저우’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는데, 장갑차와 정보 차단 등으로 이번 사건에 대응하는 모습에서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에서 시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중국 정부의 통제력에 한계가 노출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중국 정부의 통계를 보더라도 최근 몇 년 동안 반정부 시위가 늘고 있으며 농지를 뺏긴 농민들이 일으켰던 과거의 시위와 달리 최근에는 도시에서 발생하고 폭력 양상까지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최근의 시위가 중국 정부가 두려워 할만한 조직성을 띤 것도 아니고 중국 공안의 조직력과 경기 호황 등을 고려할 때 정부의 장악력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지만, 도시 주민에 대한 정부 통제력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한편 표면상 시위가 진정된 쩡청시에서는 쓰촨 농민공과 현지인들 간의 적대감이 극대화 되면서 추가 소요 가능성이 일고 있다. 특히 이를 현지 정부가 종용하고 있어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14일 신탕진 둥화(東華)촌에서는 쓰촨 출신 농민공들이 마을로 몰려온다는 소문이 돌면서 마을 간부들이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이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무기를 준비하게 하고 “마을을 침입한 쓰촨 사람들을 때려 죽어도 책임이 없다. 자기 방어다”며 싸움을 종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둥화 촌 외에 쩡청의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쓰촨 출신 농민공 톈(田)씨는 “쓰촨 출신에 대한 적대감을 우려해 떠나려는 사람이 많다”면서 “대부분 친척이거나 친구, 동네사람들이 함께 일자리를 찾아 왔기 때문에 무더기 이탈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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