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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 팁을 드렸더니…
엔터테인먼트| 2011-06-16 09:37
제가 몇 년 전에 근무하던 골프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4명의 고객님을 모시고 라운딩 중이었고요. 그런데 내기가 좀 크게 붙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고객님께서 버디를 하면서 저에게 3만원을 주시더라고요. 그러시면서 하시는 말씀, “언니, 나 오늘 전반에 버디할 거 한꺼번에 다 준 거예요. 그러니까 응원 좀 많이 해줘요~.”

그래서 제가 고객님께 꼭 그렇게 하시라고 했고, 응원하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약속대로 버디 3개를 하시더군요.

그런데 그놈의 술이 문제였습니다. 전반 홀 아웃 후 날씨가 더우니까 맥주를 한 잔씩 마셨는데 공교롭게도 그 고객님은 술이 약하셨던 모양입니다. 그늘집에서 한 잔을 하고 나오시더니 샷이 달라지는 겁니다. 그런데 후반 그늘집에서 다른 고객님들이 또 그 고객님을 술을 드시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전반에 그렇게 잘 나가던 샷이 9홀 돌고 맥주를 드신 후로 계속 OB가 나면서 돈을 좀 많이 잃었거든요. 그런데 막걸리까지…. 그러다 8번홀에 도착했고 이제 남은 홀은 2홀, 그분은 가진 현금을 다 잃고 7번홀에서 잃은 돈을 줘야 하는데 3만원이 부족한 겁니다. 보다못한 제가 고객님께 조용히 아까 받았던 3만원을 쥐여 드렸습니다. 그리고 “고객님, 투자할게요. 더 많이 불려서 주세요. 파이팅!”이라고 말했죠.

캐디 생활 10여년 만에 고객님께 팁을 줘 보기는 처음이었죠. 고객님도 처음엔 거절했지만 다른 분들 모르게 드렸더니 일단은 받으셨습니다. 8번홀은 숏홀이었는데 정말 놀랍게도 숏홀에서 거의 핀에 붙여서 버디를 하시는 겁니다.

이제 마지막 롱홀. 다른 세 분이 마지막에 몰아주자며 배배판(X3)을 부르는 겁니다. 이 고객님도 대세가 그러니 따를 수밖에요.

그런데 그분이 실력 발휘를 하시면서 티샷이 가장 멀리 나갔습니다. 전 속으로 쾌재를 불렀죠. 게다가 2온. “앗싸~” 이제 퍼팅만 잘하면 되는 것이죠. 그런데 그분이 이글을 기록한 겁니다.

그분께서 “골프를 20년 정도 쳤는데 캐디한테 팁 받아 보기는 처음이에요.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정신 바짝 차리고 쳐야겠다 했더니 좋은 결과가 온 것 같아요”라면서 그날 딴 돈을 고스란히 저에게 주고 가셨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한 번이라도 고객님께 팁을 줘 보신 분 계신가요? 한번 해 보세요, 진심을 담아서. 

<쎄듀골프서비스연구소 차돌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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