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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해법…고전에 ‘답’ 있다
뉴스종합| 2011-06-17 11:38
“권세나 명리나 사치함에 가까이 하지 않는 이들이 청백하지만 가까이 할지라도 그에 물 젖지 않는 이들이 더욱 청백하며, 권모나 술수나 음모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고상하지만 이를 알면서도 쓰지 않는 이들이 더욱 고상하다.”

인간 처세의 길을 보여주는 ‘채근담’에 나오는 말이다.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남이 잘못해서, 남이 배신해서, 남이 유혹해서 잘못됐다고 억울해하며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일들이 주위에서 자주 일어난다. 한때는 끈끈했던 사이가 틀어져 원수가 되다시피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인맥이 능력으로 여겨지며 인맥쌓기가 지상과제인 요즘, 사람에 덴 경우는 더 많다. 기업들은 인적 네트워크를 기업 경영기법의 하나로 시스템화하기도 하지만 삐걱이게 마련이다. 잘못된 만남이나 결정은 개인의 파멸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피해는 막대하다. 예로부터 고전들은 인간관계야말로 우리 삶, 인간의 요체를 담고 있다고 보고 이를 탐색해 왔다.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를 고전은 보여준다.

공자는 ‘논어’에서 날이 추워진 다음에야 푸르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평소에는 그 사람의 본성이 나타나지 않지만 어려움에 처하면 본색이 드러난다는 말이다.

인간관계의 백과사전 격인 사마천의 ‘사기’의 맹상군과 풍환의 인간관계는 바로 그런 사례다.

잘나가던 맹상군은 제나라 왕에게 의심을 사는 바람에 자리에서 쫓겨나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정쟁에서 밀려난 것이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식객들은 하나둘 슬그머니 맹상군 곁을 떠난다. 식객들의 마음만큼은 확실하게 사로잡았다고 굳게 믿고 있던 맹상군으로선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행이 풍환이 남아서 맹상군에 대한 제나라 왕의 의심을 풀 방법을 알려준다. 그는 맹상군의 수천명에 이르는 식객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아 홀대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비참한 나락에서 오로지 풍환만이 남아서 맹상군을 지켜준 것이다. 


‘사기’에 등장하는 인상여와 조나라 혜문왕의 얘기 역시 사람의 겉과 속을 어떻게 알아내야 할지 보여준다. 기원전 3세기 조나라는 전설로만 전해오던 희대의 보물 초나라의 화씨를 얻게 된다. 이 소식을 알게 된 진나라 소왕이 서신을 보내 진나라의 15개성과 화씨벽을 바꾸자고 요청한다. 이에 조나라 혜문왕은 진왕의 속을 몰라 애가 탄다.

그러자 환관의 우두머리인 무현이 자신의 식객으로 있던 인상여를 소개한다. 혜문왕이 그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자 무현은 이렇게 말한다. “일찍이 대왕께 죄를 짓고 몰래 연나라로 도망갈 계획을 세운 적이 있는데 그때 인상여가 말리며, 어떻게 연왕을 알게 됐냐고 물었습니다. 연왕과 함께 변경 근처 모임에 간 적이 있는데 연왕이 가만히 내 손을 잡고 친구가 되자고 말한 일이 있어 연왕에게로 가려고 한다고 대답했더니, 연왕이 손을 내민 건 조왕을 견제하기 위해서이지, 신 때문이 아니었다는 점을 일깨워 줬습니다.”

이해관계를 따져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이익이 되면 접근하고 그렇지 않으면 멀리하는 사람의 속을 인상여는 꿰뚫어보았던 것이다.

‘인물지’를 쓴 중국 위나라 사람 유소는 팔관(八觀), 오시(五視)를 통해 사람 가려보는 법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팔관’(八觀)의 첫째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을 돕고 착취하는지 보고 사회적 지위를 보는 것이다. 둘째는 희로애락의 감정변화를 통해 품격을 이해하라. 셋째, 기질을 관찰해 장래 명성과 사업을 예상하라. 넷째, 동기를 관찰해 공정한 비판인지, 허물을 갖고 공격하는 것인지 이해하라. 다섯째, 존경하고 사랑하는 것을 관찰해 감정의 소통과 막힘을 이해하라. 여섯째, 역시 동기를 살펴 뜻하는 방향이나 취향을 이해하라. 일곱째, 장단점과 우열을 함께 살펴라. 여덟째, 총명한 정도를 살펴 식견을 이해하라 등이다.

‘오시(五視)’는 심리적 측면이다. 유소는 평소 심신의 안정을 먼저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둘째는 잘나갈 때 그가 행동하는 바를 살펴라. 셋째, 부귀할 때 어떤 사람과 어울리는지 보라. 넷째, 궁색할 때 그 행위를 살펴라. 다섯째, 가난할 때 그가 무엇을 취하는지 보고 사람을 판단하라고 권고한다. 제왕이 인재를 가려뽑을 수 있도록 마련한 지침 격이지만 사람 만나는 게 두려운 요즘, 적용해 볼 만하다.

 ‘사기’ 전문가 김영수 박사는 “사기는 우정에서부터 배신, 순진하게 생각했다가 뒤통수를 맞는 일까지 많은 실제 사례를 통해 인간관계의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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