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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 하루전 기소…당찬 女검사 박채원 씨...“노후자금 날린 피해자 생각에...“주저없이 과감한 결단 내렸죠”
뉴스종합| 2011-06-20 11:30
“조사 없이 기소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 고민이 많았지만 억울한 피해자를 위해 적극 나섰습니다.”
20대 초임 여검사가 과감한 결단력으로 자칫 공소시효를 넘길 뻔한 사기사건을 해결해 화제다. 주인공은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의 박채원(27·사진) 검사. 사법연수원(39기)을 마치고 지난해 2월 형사부로 첫 발령을 받은 새내기 검사다.
그는 검사 발령을 받은 지 고작 4개월째인 지난해 6월, 배당받은 사건을 살피던 중 공소시효가 불과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사기사건을 발견했다. 2003년 8월 29일 2억원을 A(65) 씨에게 사기당한 B 씨가 7년이 지난 다음에야 그를 고소했던 것이다.
하지만 A 씨는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고 이사를 하더니 사건을 이사한 곳으로 이첩시켜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게다가 아무 이유 없이 주소지를 이전하고 휴대폰 착신정지까지 시켰다. 고의로 시간을 지연시키려는 행동이었다. 조사를 못해 고민됐지만 그래도 박 검사는 A 씨를 기소하기로 했다. 사기를 당해 7년 동안 가슴앓이를 하며 어렵게 살아온 B 씨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는 “2억원이면 노후자금이었을 텐데 7년 동안 돈을 못 받으면서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셨겠냐”며 결심의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초임 검사가 조사 없이 곧바로 기소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칫 잘못 기소한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박 검사는 근거 규정을 뒤졌고 대검찰청에서 내린 지침 중에 ‘피의자가 공소시효를 고의로 넘기려는 경우 근거가 충분하다면 적극적으로 기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정황과 증거가 명백하다고 확신한 그는 시효를 불과 하루 앞둔 지난해 8월 27일에 A 씨를 기소했다.
이후 공판부로 소속을 옮긴 박 검사는 관련 재판에 직접 참여하면서 조사를 보충하고 A 씨의 혐의를 보강했다. 그 결과 서부지법은 지난 1일, A 씨에게 1년6개월의 실형을 내렸다. 자칫 시간 속으로 묻힐 뻔한 사기 사건이 초임 여검사의 결단으로 해결된 것이다.
양대근 기자/bigr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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