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경영진이 영업정지 정보누설..."자기들 밥그릇만 챙겼다"
뉴스종합| 2011-06-21 10:40

21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가 발표한 부산·대전저축은행의 영업정지일(2월 17일) 전 예금 부당인출 사건의 주동자는 이 은행 그룹의 김양 부회장, 안아순 부산저축은행 전무, 김태오 대전저축은행 대표 등 3명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영업정지 사실을 흘려 주요 고객이 예금을 빼가도록 했고, 불안감을 느낀 일반 예금주들도 덩달아 뱅크런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금융당국의 영업정지 비밀 누설이나 정·관계 고위층의 특혜 인출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혀 검찰 수사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파견감독관 몰래 제 식구끼리 다 해먹었다”=영업정지 정보를 사전에 흘린 인물은 검찰이 이날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키로 한 김 부회장, 안 전무, 김태오 대표로 좁혀졌다. 정보를 가장 처음 입수한 건 박연호 회장, 김민영 은행장, 강성우 감사 등 3명이었다. 이들이 지난 2월 15일 저녁 8시반께 금융위 관계자로부터 “부산 계열 5개 저축은행은 금융당국에 영업정지 신청을 하라”는 요청을 받은 것.

박 회장 등은 이런 사실을 다음날 오후 5시께 안아순 전무에게 알렸고, 안 전무는 고액 예치자들이 예금을 뺄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안 전무는 자신이 직접 주요 고객에게 영업정지 사실을 알리기도 한 걸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런 수순을 통해 특정 고객 7명이 사전 정보를 입수해 28억8540만7394원을 인출했다. 안 전무의 움직임에 동요하기 시작한 은행 직원들은 영업시간 이후 본인·지인 명의 예금 28억6064만2985원을 빼내갔다. 2월 16일 마감시간 이후엔 금감원이 파견한 감독관 3명이 3층에 상주하고 있었지만, 임직원들은 1·2층에서 은밀하게 영업정지 사실을 누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저축은행의 경우 2월 15일 금감원 파견감독관이 김태오 대표에게 금융위가 영업정지 신청을 요청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달했고, 이후 총무과장에게 고액 예금자들의 예금 인출 지시를 내렸다. 이에 총무과장은 주요 고객 33명에게 예금 인출을 권유, 그 결과 29명이 22억2014만4799원을 뽑았다. 아울러 대전저축은행 직원도 다음날(2월 16일) 영업시간 전후에 걸쳐 5억5582만1942원을 인출했다.

검찰의 집계 결과, 부산의 안아순 전무·대전의 김태오 대표의 조치로 연락을 받은 예금주가 인출한 액수(51억555만2193원)와 직원 본인 및 지인들이 돈을 빼간 액수(34억1646만4927원)를 합치면 막연한 불안감으로 뱅크런에 동참한 일반 예금주의 인출액(58억8143만607원)보다 50% 가량 많았다. 결국 부당인출은 영업정지 전 ‘제 밥 그룻’ 챙기기에 나선 부산·대전저축은행 관계자와 몇몇 고액 예금주들간 모럴해저드의 전형으로 평가된다. 검찰은 은행 경영진의 지시로 예금 인출을 도운 직원 총 88명에 대해 금감원에 징계통보하기로 했다.

▶정·관계 인사 부당인출 없었다(?)=이번 수사의 관심의 초점은 고위인사들이 과연 사전에 정보를 입수해 특혜 인출을 했는가를 검찰이 가려내느냐였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기조인 ‘공정사회’구현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례가 적발되면 일벌백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측면도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도 이를 위해 지난 58일간 금융당국 관계자는 물론 저축은행 임직원 133명, 예금인출자 978명 등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였다. 20만건에 달하는 통화내역 분석과 예금 인출자들의 가족관계를 파악해 성인 1만4391명에 대한 직장조회도 했다. 검찰은 그러나 여론의 기대를 충족시키진 못했다.

부당인출을 촉발시킨 건 금융당국이 부산저축은행 등에 영업정지를 신청하라고 요청한 것이고, 그 이후 당국자의 비밀 누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우병우 대검 수사기획관은 “금융당국의 영업정지 신청 요구 행위가 저축은행 사람들에게 간접적으로 영업정지 예정 사실을 알려주는 효과가 발생하긴 했다”면서도 “행정정차 이행의 반사적 효과일 뿐 비밀누설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어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당인출자 중에 정·관계 고위층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간 임상규 전 농림부장관 등 고위인사들이 부산저축은행 예금을 부당인출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검찰은 관련자 조사를 통해 관련 혐의 없음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홍성원 기자@sw927>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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