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당 대표 선거 초반 판세가 ‘홍준표 대 반(反) 홍준표’로 흐르는 모양세다. 6명의 후보들이 홍 의원의 과거 발언과 최고위원 경력을 거론하며 ‘홍준표 불가론’을 성토하는 가운데, 홍 의원은 “차ㆍ포 떼고 장기 둘 수 없다”며 대세론으로 맞서고 있다.

22일 원희룡 의원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직전 지도부 중 당을 봉숭아 학당으로 만든 주역이 가장 유력한 주자가 되고 있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남에게 상처주고, 공격하고 또 아랑곳 하지 않는 마음으로는 복잡한 한나라당을 끌고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최고위원 사퇴로 잔여임기를 이어갈 새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경선에 다시 나선 홍준표 전 최고위원을 염두해 둔 발언으로 해석했다. 홍 의원이 재보선 전후 안상수 대표 및 지도부를 흔드는데 앞장섰던 점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홍 의원에 대한 공격에는 다른 주자들도 목소리를 같이했다. 권영세 의원은 “인지도가 높은 후보 중 (전직 지도부 중 일원으로)‘무책임’했던 부분을 효과적으로 알린다면 유권자도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홍 의원의 책임론을 거론했고, 유승민 의원도 “당원이든 국민이든 직전까지 지도부를 지낸 사람이 출마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거들었다.

여론조사에서 홍 의원과 함께 선두를 다툴 것으로 보이는 나경원 의원도 홍준표 때리기에 한 몫 했다. 나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 대표는 여러 목소리를 종합해 책임있는 모습 보이며 싸우는게 중요하다. 목소리만 크다고 잘 싸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요란하게 싸울 전사는 최고위원 중 한명이 나선다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준표 의원이 전날 모 언론과 인터뷰에서 ‘야당과 맞설 전사론’과 ‘여성 당 대표 불가론’을 들고 나온 것에 대해 ‘홍준표 대표 부적합론’으로 정면 반박한 셈이다.

이 같은 파상 공세에 홍준표 의원측은 힘있는 대표론으로 정면 돌파하는 모습이다. 홍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라는 큰 판이 벌어진다. 큰 판을 이끌려면 경험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며 “차ㆍ포 떼고 장기 둘 수 없는 노릇”이라며 중진의 노하우와 높은 대중 인지도를 앞세웠다.

또 그동안 공격적인 말로 친이계는 물론 친박계와도 각을 세웠던 과거를 의식한 듯 “나는 이명박 대통령과 인간적 신뢰를 쌓고 있는 사람”,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야당의 공세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도 강조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가장 앞선 것으로 알려진 홍준표 의원을 다른 후보들이 공격하며 1:1 구도로 이끌고 가려는 모양세”라며 “다음주 있을 TV 토론회에서 홍준표 대 반 홍준표 구도는 더욱 명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