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청와대 인사 첫 소환...짐벗은 檢, 정치권 사정 신호탄 쏜다
뉴스종합| 2011-06-22 10:35
검찰이 22일 부산저축은행의 각종 비리 의혹에 이름이 올라 있던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점은 수사 칼끝이 청와대와 정치권을 본격적으로 겨누기 시작했다는 걸 보여준다. 전날 국민적 공분을 샀던 저축은행 예금 부당인출 사태 관련 수사를 일단락 지은 데다 극한 논란으로 ‘밥그릇 싸움’으로까지 비쳐졌던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도 검찰로선 ‘잃은 게 없는’ 결과물을 받아든 만큼 한층 부담을 덜고 ‘사정(司正)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바짝 긴장하는 정·관계 인사들=김해수 전 비서관의 검찰 소환으로 부산·삼화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정·관계 인사들이 줄줄이 검찰에 출석하는 건 시간 문제라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이제까지 이들 은행 사건으로 거론된 유력인사들은 줄잡아 5~6명이다. 검찰은 전·현직 정치인과 정부 관료 소환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지만, 이 날은 전격적으로 김 전 비서관의 소환 사실을 알렸다. 검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정·관계 로비 부문을 파헤칠 것이라는 분위기가 읽히면서 정·관계는 불안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특수목적법인(SPC)이 대규모 사업을 진행했던 지역을 연고로 한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 전 비서관은 ▷부산저축은행이 인천 효성지구 도시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 인허가 로비 명목으로 건넨 수천만원을 받았고 ▷18대 총선을 앞둔 2008년에도 불법 정치 자금을 이 은행 측에서 받았다는 의혹 등에 대해 검찰이 사실 관계를 파악할 방침이다.

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도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59·구속기소)이 최근 검찰에서 서 전 의원에게 3000만원을 줬다고 진술했기 때문에 조만간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도 부산저축은행의 퇴출 저지를 위한 구명 로비 대상자라는 점 때문에 한 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았고, 검찰은 김 전 원장에 대한 추가 소환을 예정하고 있다.

삼화저축은행 비리 사건에도 유력 정치인이 연루돼 검찰이 칼을 벼르고 있다.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과 임종석 전 민주당 의원이 이 은행의 신삼길 명예회장한테서 각각 1억8000여만원과 1억여원의 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해 이들 전 의원의 소환조사도 초읽기다. 검찰은 이미 공 전 의원의 여동생과 임 전 의원의 보좌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으며, 이들의 계좌에 신 명예회장 측 돈이 입금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檢, 의혹 속 실체적 진실 파악할까=검찰의 정·관계 인사 수사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해 보인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최근 대검 중수부 폐지 논의와 관련해 “항해가 잘못되면 선장이 책임지면되지 배까지 침몰시킬 이유는 없다”며 저축은행 수사에 ‘올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저축은행 비리의 덫에 걸려들어 부정한 돈을 받은 걸로 의심되는 유력인사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는 게 검찰 수사에 플러스 요인으로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현재까지 비리 연루자로 거론된 인물들은 거의 저축은행 측 대주주 혹은 브로커들이 “돈을 건넸다”는 진술이 바탕이 됐다. ‘진술 확보→연루자 계좌추적’ 등의 단계를 거쳐 어느 정도 혐의를 잡은 후에 검찰은 관련자 신병확보를 하겠지만, 이들의 진술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다가 부메랑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당장 이날 조사를 받은 김해수 전 비서관만 해도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해 금품을 받고 청탁에 응했다는 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한 데다 검찰 출석 장면의 언론 촬영도 사전에 떳떳하게 받아들일 정도로 의혹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다른 정치인들도 연루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검찰은 실체적 진실 규명을 통해 승부를 내야할 처지다.

<홍성원 기자@sw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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