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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특종기자, 영화같은 ‘이중생활’ 고백
뉴스종합| 2011-06-23 14:59
2007년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 보도로 영예의 퓰리처상을 수상한 호세 안토니오 바르가스(30) 기자가 23일 ABC 방송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신분이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을 털어놨다.

미국 최고 권위지인 워싱턴포스트(WP)에서 숱한 특종을 터트린 바르가스는 12세 때 고향 필리핀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할아버지 집으로 보내졌다. 그로부터 4년 뒤 자신의 불법체류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운전면허를 신청하러 갔다가 자신이 갖고 있던 그린카드가 가짜로 들통난 것이었다. “다시는 이곳에 오지 말라”는 면허기관 직원의 말을 듣고 귀가한 그는 할아버지에게서 영주권이 가짜이고 다른 증서도 돈으로 샀다는 얘기를 접했다. 그는 당시 직감적으로 머리에 떠오른 것이 “뭐 어때. (필리핀) 악센트부터 없애야겠네”였다고 사전 녹화된 ABC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의 고민을 접한 고교 교장과 지역 교육감이 멘토이자 대리인으로 나서면서 ‘가짜의 삶’은 본격화됐다. 성적 우수자로서 장학금을 받아 샌프란시스코대에 입학하는 등 탄탄대로를 걸었다. 시애틀 타임스에서 취업에 필요한 서류 미비로 퇴짜를 맞긴 했지만 지역 유력지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인턴기자를 시작으로 필라델피아 데일리뉴스를 거친 뒤 WP에 자리를 잡았다. WP는 취직시 신원증명서로 요구하는 것이 운전면허증 정도다. 바르가스는 멘토들의 도움으로 발급절차가 까다롭지 않은 오리건주 운전면허증을 손에 넣고 제출해 ‘관문’을 통과했다.

WP에서 그는 불법 면허증을 이용, 백악관 만찬을 비롯해 수도 워싱턴 DC에서 벌어지는 각종 행사를 취재했다. 2006년 워싱턴 내 에이즈 확산에 관한 시리즈 기사가 다큐멘터리 필름으로 나올 정도로 반향이 컸고 작년에는 페이스북 창업주인 마크 저커버그의 프로필도 썼다. 다만 출신이 탄로 날까 봐 이민정책만큼은 보도를 꺼렸다. 하지만 결국 견디다 못해 사내 멘토인 피터 펄 WP의 현 교육 담당 디렉터에게 자백했고 이는 바르가스가 회사를 떠나기 전까지 비밀에 부쳐졌다. 그는 최근 허핑턴포스트에서 편집담당 수석 에디터로 활동했으나 8년인 오리건주 운전면허 기간 만료가 다가오면서 압박을 느끼고 1년도 안 돼 사직했다.

워싱턴주의 면허증을 손에 넣어 앞으로 5년 동안 거짓된 삶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스스로 접었다. 그는 대신 의회에 일명 드림법(DREAM Act) 통과를 촉구하는데 힘을 쏟을 각오라고 AP통신이 전했다. 이 법안은 16세 이전에 미국에 정착해 고교 졸업 후 대학에 입학하거나 미군에 입대하는 등 일정 요건을 갖추면 불법체류자에게도 영주권 신청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지난해 의회에서 부결된 뒤 지난달 11일 민주당 주도로 다시 상정됐지만 공화당이 지배하는 하원에서 쉽게 통과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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