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檢 “저축은행 똑같은 계좌 재수사한다고 없는 사실이 새로 나오나” 발끈
뉴스종합| 2011-06-24 09:51
부산저축은행의 예금 부당인출 사건에 대해 부실수사 지적을 넘어 정치권에서 재수사 요구가 나오자 검찰은 발끈하고 있다. 50일 동안 검사만 25명을 투입해 1월 25~2월 15일까지 예금인출자 978명을 전수조사한 끝에 부당인출액은85억원이고, 정·관계 인사의 부당인출을 없었던 걸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는데도 이를 정치권과 여론이 부실수사로 치부하자 검찰 내부에선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은 정부가 실제로 정치권의 재수사 요구를 받아들일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재수사를)하고 말고 할 사안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24일 검찰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 검찰이 부당인출 사건을 재수사하는 쪽으로 결론낸 걸로 전해지자 일단 진위 파악에 분주했다. 대검 관계자는 “당의 입장에선 서민들이 수사결과에 의심을 가지니 정부가 검찰의 재수사를 지시하라고 요청할 수는 있다”면서도 “상식선에서 재수사 하고 말고 할 게 없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훨씬 격앙돼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와 예금인출자의 통화내역 조회 분석만 20만건을 했고, 예금인출자들의 가족관계를 샅샅이 훑어 성인 1만4391명의 직장까지 확인해서 내놓은 결론이 신뢰받지 못해서다.

한 관계자는 “예금 인출자 978명을 조사했다고 하면 숫자상으로는 별 것 아닌 걸로 보이지만, 수사팀으로선 대상자 개개인에 대한 자금흐름을 면밀히 파악하면서 최선을 다했다”며 “추적해야 하는 계좌가 한정돼 있는 상황이고, 다 들여다본 끝에 문제되는 예금이 없는 걸로 결론을 낸 것인데, 똑같은 계좌를 재수사해 다시 추적하면 없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부당인출 부분은 정·관계 로비처럼 탐지해서 찾아내는 수사가 아니다”라며 “수사 대상 예금이 많기는 해도 예금주는 물론 가족까지 다 봤다. 다시 말하지만 유력인사 예금이 없었다. 그러면 ‘못 밝힌 것’이 아니라 ‘없다고 밝혀 낸 것’이다”라고 했다.

일각에선 정치권의 부당인출 재수사 요구가 검찰이 급피치를 올리고 있는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 수사에 제동을 걸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측에서 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전날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정치권에선 검찰의 화력이 이 은행 비리에 연루된 정·관계 인사를 색출하는 쪽으로 집중되는 걸 의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게 이런 추론을 가능케 한다. 중수부는 부당인출 사건에 투입됐던 수사진을 최근 정·관계 로비 수사에 재배치했다.

<홍성원 기자@sw927>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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