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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물전 꼴뚜기도 배추와 열무 작품으로 새탄생
뉴스종합| 2011-06-29 08:49
요즘 종로구 통인시장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젊은이들로 북적인다. 다름 아닌 ‘시장조각설치대회에 참여하는 서울예고학생들과 추계예대, 상명대의 예술전공학생들이다. 이들은 각자 혹은 팀으로 점포를 하나씩 맡아서 새로운 콘셉트를 짜느라 분주하다. 상인들도 맛난 간식을 챙겨주면서 시장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편 대회라는 이름 때문인지 긴장감마저 감도는 분위기이다.

많은 눈이 주목된 가운데 6월 12일 ‘우리농산물유통’에 사과나무 한 그루가 등장했다. 바로 밭에서 따온 듯 싱싱한 사과를 판매한다는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이 벽화는 개방형 구조, 넓고 하얀 벽이라는 공간적 특성에 맞춰 서울예고학생(김정민, 이종환, 임재균)들이 그린 나무다. “이야기와 공간을 연결지어 작업한다는 것이 매력적”이라면서 “처음엔 어렵다고 느꼈지만 사장님이 친절하시고 반응도 좋으니 신이 났다”며 뿌듯해하는 이종환 학생은 친구들과 학교 밖에서 공동작업을 하는 것 역시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덧붙인다. 서정숙(우리농산물유통, 49)사장도 “가게도 화사해지고 손님들 반응이 좋다”면서 “배추를 쌓아야 하는데, 그림이 너무 예뻐서 쌓을 수가 없다”며 이미 ‘우리애들’이 된 학생들 챙기기 바쁘다.


한편 ‘효자떡집’에는 둥지가 설치됐다. 통인시장에 자리 잡으면서 “두근거리는 맘으로 내 가게를 얻었는데, 벌써 27년이 됐다”는 김희자사장의 이야기에 네 명의 학생들(김은형, 윤지윤, 윤선화, 이민정)은 새가 알에서 깨어나 나는 법을 배우고 나뭇가지를 하나씩 모아서 자신의 둥지를 짓는 모습을 연상했다는 것.

가게 하나하나 완성될 때마다 손님들의 시선도 집중되고 있다. 반찬을 만들고 담는 비닐 장갑에 각종 야채 그림을 붙여 모빌처럼 매달아놓은 ‘반찬나라’앞에서는 아빠의 팔에 안긴 아이가 야채이름 맞추기 놀이를 한다. 문구점을 하는 남편과 분식집을 하는 아내의 특성을 살린 분식 뽑기 기계 그림을 그린 ‘정금이네김밥’ 판매대를 보고는 진짜 같다며 놀란다. ‘개성상회’가 취급하는 품목들이 주로 제수용이며 사장님이 지역의 안녕을 위해 인왕산 산신령에게 제사를 지내왔다는 점에 착안, 정선의 청풍계가 그려진 병풍에 제사상과 절하고 있는 닭을 설치한 작품도 손님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20일부터는 추계예대와 상명대 학생, 작가들이 참여해 시장을 예술의 장으로 탈바꿈 시키고 있다.

‘시장조각설치대회’란 통인시장 53개 점포 상인들과 예술학교 학생들이 짝을 이루어 시장에만 존재하는 삶과 살림 이야기를 모아서 함께 만드는 설치미술이며 즐거운 경쟁을 통한 뒤섞임과 역동적인 시장을 표현하는 설치대회 축제이다.


이번 행사는 문화와 예술이 함께하는 전통시장 조성사업 ‘통인시장의 발견’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11월 종로구 통인시장은 서울시내 300여 개 시장 중 유일하게 서울시의 ‘문화와 예술이 함께하는 전통시장’ 시범사업에 선정됐다.

오는 7월 13일에는 ‘통인시장의 위대한 탄생’이라는 이름으로 시상식축제를 열 예정이다. 심사의 기준은 점포마다 가지고 있는 스토리를 잘 살렸는가, 아이디어가 기발한가, 적절한 재료를 사용했는가, 창의적으로 접근 했는가 등으로 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투표와 심사를 통해 결정된다.

전체 기획과 진행을 맡고 있는 윤현옥(문화기획자ㆍ53)씨은 “물량과 저가 공세로 시장을 잠식하는 대형마트들 속에서 전통시장만이 가진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에 주목하여 우리 이웃으로서의 시장을 다시 발견하고 시장 안의 문화를 예술로 승화시켜 침체를 겪고 있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시작했다”며 “예술 전공학생들에게 삶의 현장에서 작업해볼 기회를 제공하는데도 의미가 있다”고 햇다.

작가와 학생 지도를 담당한 추계예술대 정원철 교수는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살림이 만나고 뒤섞이는 역동적 현장이 바로 전통시장”이라며 “시장조각설치대회를 통해 살림의 기본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살림의 꿈이 일으키는 힘을 엿보고 살림의 꿈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살림의 기본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통인시장은 1950년대 이전부터 벽돌 창고형 건물이었던 통인 공설시장을 시작으로 골목에 노점이 하나 둘 생겨났으며, 이후 공설시장 창고형 건물을 헐고 통인상가 아파트를 건축, 골목을 더 만들어 현재의 통인시장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특히 통인시장은 사대문 안의 유일한 서민 생활권 골목형 시장으로 그 자체로도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시장 주변에도 광화문광장, 인사동문화지구, 북촌, 청와대와 세종마을 등 문화 요소가 풍부하여 지역 문화공간으로 육성이 유리한 곳으로 나타났다.

<박수진 기자@ssujin84> sjp10@heraldcorp.com
<이진용 기자 @wjstjf>이진용 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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