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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포럼-이영순 세명대 석좌교수] 加 쇠고기 수입에 대처하는 자세
뉴스종합| 2011-07-05 10:51
지난 6월 27일 정부는 캐나다와 쇠고기 수입을 위한 수입위생조건을 합의하였다고 발표했다. 2003년 광우병(BSE) 발생으로 수입이 중단되었던 캐나다산 쇠고기가 8년 만에 수입 재개되는 것이다.
1986년 BSE가 처음으로 학계에 보고되었을 당시, 과학자들은 원인체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대중들은 먹을거리로 인한 BSE 감염 우려로 엄청난 공포를 느낀 게 사실이다.
그러한 전 세계적 공포심을 배경으로 퓰리처상 수상자인 미국의 과학저술가 리처드 로드는 ‘죽음의 향연’이라는 책자를 내놓았고, 세계 30여개 국어로 번역되어 팔려나갔다. 그는 2015년이면 전 세계에서 수십만명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2008년 8월 어느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자기의 주장을 바꿨다. “내가 예상했던 인간광우병 대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광우병은 머지않은 미래에 소멸할 겁니다.”
그가 자기주장을 철회한 이유는 자명하다. 우선 BSE는 소에게 자기동족의 고기인 소나 양의 육골분을 먹였기 때문에 발생된 재앙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인간광우병은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나 척수 등의 특정위험물질(SRM)을 먹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세계 각국이 모두 육골분 사용과 SRM을 먹는 것을 법으로 금지시키자 BSE의 발생은 급격히 줄어들어 거의 소멸단계에 이르렀다.
BSE나 인간광우병이 다행스럽게도 소멸단계에 이르게 된 이유는, 그 원인체가 일반적인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과는 달리 변형프리온이라는 단백질 섭취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2007년 세계동물보건기구(OIE)로부터 ‘BSE 위험통제국’ 지위를 획득했다.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식품 유통체인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없다는 뜻으로 질병관리능력과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국제인증을 받은 셈이다.
현재 광우병 발생건수는 극히 미미하고 각국에서 취하고 있는 관리체계상 광우병 쇠고기가 우리의 식탁에 오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광우병에 대한 과학적 불확실성은 거의 해소되었고, 질병의 발생원인 및 통제방법이 확인된 상황에서 막연한 불안감으로 교역 자체를 중단시키고, 이미 합의된 상황을 번복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WTO의 분쟁패널 보고서에서 패소판정이 내려졌다면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는 물론이고 EU, 남미, 인도 등의 동일한 지위의 국가로부터 연쇄적으로 쇠고기시장 전면 개방 압력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 불확실한 공포에서 벗어나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국민들의 몫이다.
문제는 국회 심의과정이다. 과거 한ㆍ미 쇠고기 협상 때문에 정치적인 이유로 BSE 발생국가로부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는 경우 국회심의를 받도록 법제화하였다.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도 국회에서 심의를 받아야 한다. 국회에서 심의가 지연될 경우 정치적인 사유로 지연되기 때문에 안전문제는 과학적이고 국제기준에 따라 진행해야 하는 원칙을 무시하게 되는 결과가 돼서 캐나다가 다시금 WTO 패널 절차를 요청할 수 있는 빌미를 주게 될 것이다. WTO 패널 결과에 따라서 우리 소비자가 원하지 않은 부위가 제한 없이 들어올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울러 국민에게 안전하고 위생적인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적인 책무 중의 하나임을 강조하고 싶다. 정부는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대책으로 수입쇠고기에 대한 유통이력제 및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등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여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호하고, 축산농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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