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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추행 신고하면…“두달 기다려라”
뉴스종합| 2011-07-12 12:53
지난 5월 24일, 고려대 의대에 재학 중인 A 양은 동기 남학생 세 명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학교 양성평등센터 등에 신고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가해 학생들이 평소처럼 학교에 다니도록 방관했고, 결국 A 양은 기말시험을 가해 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치러야 했다.

그로부터 50여일이 지나 고려대 의대 성추행 학생들을 모두 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이들이 사법 처리가 됐음에도, 학교 측에서는 7월 말로 예정된 양성평등센터의 조사를 기다려야 한다며 이들에 대한 학내 징계 조치를 미루고 있다.

A 양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해마다 학내 성폭력 사건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대학교들은 여전히 10년째 낡은 규정에 매달리고 있어 피해자들이 더 큰 고통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성폭력 상담 신청 건수 1313건 가운데 가해자와 피해자가 학교에서 알게 된 사이인 경우는 143건(10.9%)인 것으로 조사됐다. 드러난 학교 성폭력만 해도 5일에 2건가량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학내 성폭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학교들의 관련 규정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헤럴드경제 취재팀이 서울 주요 6개 대학의 학내 성폭력 규정을 살펴본 바에 따르면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구체적으로 명문화한 곳은 없었다. 6개 대학 모두 가해자의 공개사과, 재교육 프로그램 이수 명령, 사회봉사 등의 부수적인 조치만 있을 뿐, 가해 학생에 대한 정학이나 퇴학, 출교 등의 처분은 징계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게 돼 있었다. 이 경우 징계위원회가 소집, 결정할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되며 그동안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할 규정이 없어 2, 3차 피해가 우려된다.

실제로 고려대 의대 사건의 경우에도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흘렀지만, 학생들의 처분은 아직 내려지지 않고 있다. 학교 측은 “양성평등센터의 조사보고서가 나온 후에야 그를 바탕으로 가해 학생들의 징계 수준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 고려대가 밝힌 징계위원회의 결정 기한은 ‘사건 발생 후 60일 이내’로 돼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성폭력상담소 김두나 기획조직국장은 “학교 측으로서는 일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문제를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학교에서 자체 조사를 진행하다가도 피해자가 형사 고발을 하면 조사를 중단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일같이 얼굴을 마주쳐야 하는 학교는 2차 피해 발생 가능성이 다른 어떤 장소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재현ㆍ양대근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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