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나중에 가지고 갈 돈도 아닌데…”…결혼파탄 80대男 재산분할 판결
뉴스종합| 2011-08-01 11:26
반찬값 1만원 넘으면 구박

네번째 결혼마저도 파경

돈에 집착하며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80세 남성이 네 번째 결혼에서 이혼소송을 당해 결국 수억원의 위자료와 재산분할금을 주게 됐다.

1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A(80) 씨는 지난 1997년 B(65) 씨와 3년여 교제 끝에 혼인신고를 했다.

A 씨는 첫 부인을 사별한 뒤 두차례 더 결혼했으나 협의이혼과 사실혼관계부당파기로 인한 소송을 당하는 등 모두 이혼한 상태였다.

평소 돈에 집착하던 A 씨의 결혼생활은 금새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A 씨는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B 씨의 호소를 외면하고, 하루 세끼 밥상을 차려주는 아내가 외출하고 돌아오면 화를 내며 말도 걸지 않는 가부장적 태도를 드러냈다.

A 씨는 작은 돈을 쓰는 것도 철저히 감시했다. A 씨는 B 씨가 1만원이 넘는 액수의 물품을 구입하면 확인 후 돈을 지급했고, B 씨가 생활비가 모자란다고 하면 종종 한 달에 들어가는 반찬값을 직접 점검해 “반찬값이 30만원도 되지 않는데 무슨소리냐”며 타박했다.

심지어 A 씨는 생활비에서 아내 명의의 보험료가 나가는 것을 못마땅해 해지하라고 해, B씨가 사별한 전 남편과의 사이에 둔 딸이 보험료를 납부했다. A 씨는 2009년 직장암으로 수술을 받았는데, 당시 B 씨는 64세의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음에도 간병인을 쓰지 못해 직접 간병하면서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

본격적인 갈등은 건강이 악화된 B 씨가 뇌수술을 받으면서 보험금 2100만원을 받은 뒤 시작됐다. B 씨는 딸이 보험금 일부를 낸만큼 병원비 1400만원을 제외한 돈을 딸에게 주려고 했지만 A 씨는 자신에게 모두 내놓으라고 고집을 피우기 시작했다.

또 A 씨는 B 씨의 생명보험금 사망수익자가 B 씨의 딸로 돼 있는 것을 알게 되자 계약자 및 수익자를 모두 자신으로 바꿔달라고 주장하며, B 씨의 동의를 받은 뒤 설계사에게 수차례 전화해 독촉하기도 했다.

수술 후 안정을 취해야 함에도 B 씨는 ‘2000만원을 주겠으니 이혼하고 나가라’ ‘여기는 내 집이니 나가라’는 A 씨의 폭언에 시달렸고 결국 이를 견디다 못해 지난해 4월 딸의 집으로 들어갔다.

별거에 들어간 B 씨는 이혼과 위자료 5000만원, 재산분할금 8억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고,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박종택 부장판사)는 “평소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강요한 점과 금전에만 집착하는 인색한 태도로 갈등을 일으킨 점, 보험금 문제로 폭언해 상처를 준 점 등을 고려하면 파탄의 근본적이고 주된 책임은 A 씨에게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오연주 기자/oh@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