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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타 당한 허창수... 당당한 전경련, 새 비전의 전경련 확인시키는 게 과제
뉴스종합| 2011-08-18 10:30

처음엔 울그락불그락 하더니 나중엔 아예 흑빛이 됐다. 수모 앞에 선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법 했다.
17일 국회 공청회에서 정치인들에게 난타 당한 허창수 전경련 회장 얘기다. 허 회장이 누구인가. 10대 그룹의 오너다. ‘재계의 신사’로 불리며 적(敵)이 없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어디 가서 그런 푸대접을 받으리라 상상이나 했을까.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의원들은 도가 지나쳤다. 이날은 여야가 따로 없었다. 허 회장을 아예 죄인 취급했다. ‘먹통’ ‘탐욕’ 등의 민망한 단어까지 총동원해 벌떼같이 달려들었다.
동반성장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한 공청회 본연의 생산적 논의는 없었고, 표를 의식한 듯 재계 수장 망신주기에만 열중했다. 청문회 때 처럼 ‘군림하는’ 구태를 보여준 의원들에 대해 부글부글 치미는 화를 참을 수 없다는 재계의 시각이 뒤따르는 이유다.
허 회장은 착잡함 속에서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누구도 하지 않겠다며 고사했던 전경련 회장직을 왜 맡았을까”, “해외일정까지 취소하며 참석은 왜 했나” 뒤늦은 후회도 했을 법 하다.
그렇다고 허 회장이 분통 속에서만 갇혀 있어선 안된다는 게 중론이다. 아직도 ‘대기업을 때리면 표가 된다’고 생각하는 의원님들에게 멋진 반격을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기 반성에서 출발해야 할 것 같다. 전경련은 지금 안팎의 날선 비판에 직면해 있다. 위상은 떨어질 데로 떨어졌다. 정치권 로비 문서 등으로 흠집투성이가 됐다. 이병철ㆍ정주영ㆍ최종현 등 선대 회장들의 염원과 철학은 온데간데 없이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재계에선 정치권에 당한 수모를 갚기 위해서라도 허 회장은 왜 전경련이 비판을 받는지 점검하고 파헤쳐보고 과감한 쇄신안을 내놔야 한다고 보고 있다. ‘양철’(정병철 부회장ㆍ이승철 전무)의 전횡에 휘둘린다는 세간의 조롱으로 부터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전경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경련이 왜 위기인가. 내가 오고 나서 전경련이 하는 일은 굉장히 많아졌다”(정 부회장)면서 시대착오적 치적 과시에만 열중하는 집행부에 대한 인적쇄신과 내부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이를 통해 동반성장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 앞장서 반기업정서를 누그러뜨리고 정치권에 보기 좋게 ‘카운터 펀치’를 날려야 한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수모는 영원한 것은 아니다. 당당한 전경련, 새 비전의 전경련. 이것이 이번 공청회 아닌 공청회의 굴욕을 설욕하는 길이다.
<김영상ㆍ신소연 기자 @yscafezz>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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