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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부는 멘토 열풍..‘우리는 왜 멘토를 갈망하나?’
라이프| 2011-08-18 10:30
“3등은 괜찮다. 하지만 3류는 안된다.”

“‘여기까지’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항상 ‘이제부터’입니다”

고언(古諺)이 아니다. 살아있는 조언이다. 올해 인기를 모은 MBC TV ‘스타 오디션-위대한 탄생’ 시즌 1에서 뮤지션 김태원이 멘토로 나서 출연자들에게 던진 말들이다. TV 속 도전자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의 심금까지 공명시켰다. 차갑고 객관적인 평가를 넘어 자기 인생 경험에서 우러난 따뜻한 한 마디 한 마디는 그대로 ‘어록’이 됐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위대한 탄생’은 멘토-멘티 시스템을 차용해 독특한 ‘오디션 어법’을 만들어냈다. 다음달부터 방송될 시즌2는 윤상, 이승환, 이선희, 박정현 등 멘토의 면면에 더욱 힘을 실었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SBS TV의 연기자 발굴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도 멘토제를 채택했다. 멘토 열풍이 뜨겁다. 비단 방송가만의 얘기가 아니다.

멘토 신드롬은 최근 몇 년 새 사회 각 분야에서 다채로운 형태로 달궈졌다. 1990년대 시작한 신개념 강의 프로젝트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의 머리글자를 딴 것)가 전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유튜브 등을 통한 동영상 공유가 활발해진 요사이다. 스티브 잡스, 보노(U2의 리더), 빌 클린턴 등이 연사로 나선 TED는 유튜브 조회 수에서 억대를 기록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전문 지식을 쉽게 풀어 인문학과 감성을 보태 전달하는 멘토링에서 세계의 젊은이들이 재미, 감동, 정보를 얻는다. 최근에는 이를 본딴 TEDx가 국내에서 각 지역, 대학, 기업별로 활성화되는 추세다. ‘위에서 아래’의 방향성을 가진 기존의 강연이 아닌, ‘나도 전문가가, 연사가 될 수 있다’는 수평성이 멘토링의 외연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물리적ㆍ시각적 퍼포먼스가 중심 콘텐츠일 수밖에 없었던 콘서트계에도 멘토 바람은 불고 있다. 방송인 김제동이 시작한 ‘김제동의 토크콘서트’는 뜨거운 인기로 해를 넘겨 올해 초 ‘시즌2’까지 이어졌다. 지친 청춘을 어루만지고 다독이는 ‘김제동 어록’이 음악과 현장성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관객들을 불러모았다. 2009년부터 1년여 간 방영된 MBC TV ‘희망특강 파랑새’도 평일 초저녁이라는 방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대 최고 리더, 최강 멘토 10인에게 듣는 성공 키워드’라는 기치 아래 마니아들을 양산했다.

따지고 보면 멘토링은 고릿적부터 존재했다. 소크라테스, 노자, 장자의 어록이 그대로 고전이 되고 격언이 됐다. 최근의 멘토링 열풍은 조금 다르다. 내용적으로는 고답적인 가르침을 넘어 좀더 현실적이고 감성적인 말들이 통한다. 형식적으로는, 구전과 미화로 세월에 풍화되는 대신 동영상 공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단문SNS, 방송 편집을 통해 실시간 또는 그에 가깝게 빠르고, 감각적이며, 소화하기 쉬운 형태로 전달되는 요즘의 멘토링이 젊은이들의 코드를 꿰뚫고 있다.



청년 실업이나 다각화된 현대 사회의 속성이 젊은이들로 하여금 멘토링을 갈구하도록 한다. 현택수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사회가 세분화ㆍ전문화되면서 다양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에게 조언을 듣고자 하는 이들이 계속 늘고 있다”며 “이런 경향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미ㆍ임희윤 기자/i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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