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위기의 제약업...‘약값 인하의 역설’ 상장제약사 영업익 15%↓ 감소
뉴스종합| 2011-08-23 06:40
시장형실거래가상환제, 약가재평가, 리베이트 쌍벌제 등 잇단 약가인하 정책에 따라 상반기 상장 제약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정책의도와는 달리 이대로 가다간 제약사의 연구개발(R&D)마저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동아제약 대웅제약 등 12월 결산 상장 제약사 50개 사의 상반기 매출은 총 4조916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1%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평균 14.5%, 24.5%씩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실적감소는 비교적 규모가 큰 제약사들에 집중됐다. 코스피 상장 31개 제약사의 매출은 평균 1.3% 하락했으며, 영업이익 및 순이익도 각각 17.8%, 27.6%씩 떨어졌다.

반면 비교적 규모가 적은 코스닥 상장 19개 제약사는 매출이 9.1% 늘어나 평년 수준의 증가세를 유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12.4%, 2.7%씩 늘어났다.

이런 상반된 실적에서 보듯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이 복제약(제네릭) 생산 위주의 소형사 생존에 유리한 환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R&D투자비를 비롯해 마케팅비, 인건비 등 고정비용 지출이 많은 대형 제약사의 생존을 어렵게 하고 신약 연구개발 활동마저 위축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상황이 정부의 정책의도와 정반대로 흐르는 셈이다.

한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못해 매출 감소로 타격을 받고 있다”며 “매출 감소분에 비해 고정비용은 늘어나는 형태가 되므로 결국 구조조정 압력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사들은 내년도 상황을 더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특허가 만료되는 오리지널과 제네릭 약가를 모두 53.55%로 일괄 인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연간 2조1000억원 의 약제비를 절감한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전체 매출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또 동일성분 의약품을 건강보험에 등재된 순서에 따라 약품가격을 차등 결정하던 계단식약가방식도 폐지하기로 했다. 이는 제네릭시장 육성에 초점을 맞춘 기존 약가산정방식을 개선, R&D투자 없이 리베이트 영업에 치중하는 기존의 관행을 막겠다 의도다.

앞의 관계자는 “정부는 아직도 약값이 터무니 없게 높고, 지금보다 절반을 깎아도 생존 가능한 것으로 보는 것 같다”며 “지금의 약값정책은 대형사의 생존을 어렵게 하고, 소형사와 외자사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최근 판매경쟁에 치중하는 영세 제약사 퇴출과 신약 연구개발 유도를 골자로 하는 ‘제약산업 선진화 계획’이라는 당근도 발표했다. 일정규모 이상의 신약개발 R&D 투자, 글로벌 진출 역량을 갖춘 30개의 혁신형 제약사를 추려 연구개발비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세금감면 및 자금조달 지원 등이 내용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유수의 제약사들은 올들어 연구소 신ㆍ증축에 잇달아 나서며 R&D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의 약가인하 추세를 거스르긴 어렵고, 차별성 있는 신약 개발만이 생존을 담보한다는 인식이 그 배경이다.

동아제약이 지난 5월 경기 용인에 1만4200㎡ 규모의 글로벌 제약사 기준의 신축 연구소를 준공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으며, 종근당도 4월 용인에 1만4116㎡ 규모의 ‘효종연구소’ 문을 열었다. 녹십자는 7월 용인 본사 부지에 2만8510㎡로 국내 최대 규모의 ‘R&D센터’를 기공했다. 이밖에 일양약품 보령제약 등도 연구소 증축을 검토하고 있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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