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소득대비 비율 146%
가용소득 크게 늘지않는데
부채규모는 갈수록‘ 눈덩이’
금융위기로 수입구조 양극화
자영업자 생계형대출 늘어나
개인들 담보능력 고갈땐
정치·사회문제 전이 가능성
문제는 능력이다. 개인들의 부채상환 능력이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소득은 늘지 않는데 부채의 규모와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1분기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937조3000억원. 가처분 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2009년에 143%였다가 지난해 말에 146%로 상승했다. 가용소득은 늘어나지 않는데 부채규모가 커지면서 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증가 속도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 금융부채 비율은 2004년(120%)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상승해왔다. 자금순환표를 작성하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가계빚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지 알 수 있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개인 금융부채가 한때 170%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영국은 지난 2007년 이후 가계부채 조정이 진행되면서 현재는 160%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지난 2007년까지 140% 수준을 유지했던 일본은 현재 135% 수준으로 하락했고, 2007년에 137%에 달했던 미국도 지난해 말 기준 124%로 하락했다. 독일은 2008년 이후부터 100% 아래에서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개인 금융부채가 해마다 늘어나는 것은 주기적인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재정은 물론 금융에서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 수입구조의 양극화가 심해지자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생계형 대출을 끊임없이 늘려온 것도 주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부채를 줄이는 방법은 성장을 하거나 부채 자체를 인위적으로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정부는 경제성장을 통해 세수를 늘리거나 성장이 안 되면 재정지출을 줄여야 하고, 기업은 이윤을 늘려 차입금을 줄이지 못하면 구조조정을 통해 줄여야 한다.
가계도 마찬가지다. 임금상승으로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자체 리스트럭처링을 단행해야 한다.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위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과잉 유동성 문제 해결을 미뤄왔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정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구조조정을 게을리하면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개인이 무너지면 국가경제 최후의 버팀목인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지만, 지금은 정부가 위기에 처한 개인 빚을 해결해줄 능력이 없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소버린 리스크(국가부도 위험)’가 이를 증명해준다.
다만 아직까지는 개인 부채의 위기가 곧 금융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그만큼의 담보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담보능력이 고갈된 개인들, 특히 중산층이 몰락하면서 정치 사회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금융시스템이 붕괴되지 않을 정도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뿐이다. 나머지는 개개인이 직접 본인의 부채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