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대형사 제약사 울고 소형사 웃는 ‘약값 인하의 역설’
뉴스종합| 2011-08-23 11:02
R&D투자 위축 우려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 약가 재평가, 리베이트 쌍벌제 등 잇단 약가 인하정책에 따라 상반기 상장 제약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정책 의도와는 달리 이대로 가다간 제약사의 연구개발(R&D)마저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동아제약, 대웅제약 등 12월 결산 상장 제약사 50개 사의 상반기 매출은 총 4조916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1%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평균 14.5%, 24.5%씩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실적 감소는 비교적 규모가 큰 제약사들에 집중됐다. 코스피 상장 31개 제약사의 매출은 평균 1.3% 하락했으며, 영업이익 및 순이익도 각각 17.8%, 27.6%씩 떨어졌다.

반면 비교적 규모가 적은 코스닥 상장 19개 제약사는 매출이 9.1% 늘어나 평년 수준의 증가세를 유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12.4%, 2.7%씩 늘어났다.

이런 상반된 실적에서 보듯 정부의 약가 인하정책이 복제약(제네릭) 생산 위주의 소형사 생존에 유리한 환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R&D 투자비를 비롯해 마케팅비, 인건비 등 고정비용 지출이 많은 대형 제약사의 생존을 어렵게 하고 신약 연구개발 활동마저 위축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상황이 정부의 정책 의도와 정반대로 흐르는 셈이다.

한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못해 매출 감소로 타격을 받고 있다”며 “매출 감소분에 비해 고정비용은 늘어나는 형태가 되므로 결국 구조조정 압력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사들은 내년도 상황을 더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특허가 만료되는 오리지널과 제네릭 약가를 모두 53.55%로 일괄 인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연간 2조1000억원의 약제비를 절감한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전체 매출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또 동일성분 의약품을 건강보험에 등재된 순서에 따라 약품값을 차등 결정하던 계단식 약가방식도 폐지하기로 했다. 이는 제네릭시장 육성에 초점을 맞춘 기존 약가 산정방식을 개선, R&D 투자 없이 리베이트 영업에 치중하는 기존의 관행을 막겠다는 의도다.

앞의 관계자는 “정부는 아직도 약값이 터무니없게 높고, 지금보다 절반을 깎아도 생존 가능한 것으로 보는 것 같다”며 “지금의 약값정책은 대형사의 생존을 어렵게 하고, 소형사와 외자사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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