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김일성 앞에서 “죽음 불사” 맹세…간첩단 ‘왕재산’ 적발
뉴스종합| 2011-08-25 14:47
북한 김일성의 지령을 받아 남조선 혁명을 위한 남한 내 조직을 구축해 활동한 반국가단체가 공안당국에 적발됐다. 이들은 사망한 김일성 주석의 교시를 통해 서울·인천 지역을 무대로 활동하면서 정치권 동향 등 정세정보는 물론 각종 군사정보를 수집해 보고한 공로로 북한 훈장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내 정국 혼란 등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직원을 국회의장 비서관으로 근무하게 하는 등 정치권 상층부 공작도 시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진한)와 국가정보원은 25일 북한 노동당 225국과 연계된 반국가단체 ‘왕재산’을 조직해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총책 김모(48) 씨와 인천지역책 임모(46)·서울지역책 이모(48) 씨, 연락책 이모(43)ㆍ선전책 유모(46) 씨 등 5명을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구성ㆍ가입, 간첩, 특수잠입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다른 5명을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 등에 따르면 총책인 김씨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기 1년 전인 1993년 8월 김 주석과 직접 면담해 ‘남조선혁명을 위한 지역지도부를 구축하라’는 명령과 함께 유일적 영도체계 구축, 김일성 부자 혁명사상과 위대성 보급 등 5대 과업을 내용으로 한 ‘접견교시’를 하달받아 활동을 시작했다. 1980년대 주사파로 활동한 김씨는 앞서 1990년대 초반 북한 225국에 포섭돼 ‘관덕봉’이라는 대호명을 부여받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대호명이란 비밀공작활동에서 보안유지를 위해 이름 대신 사용하는 고유명칭이다.

김씨는 초ㆍ중학교 후배인 인천지역책 임씨와 대학동창인 서울지역책 이씨를 포섭해 북한으로부터 각각 ‘관순봉’ ‘관상봉’이란 대호명을 부여받게 한 뒤 2001년 3월 ‘왕재산’이란 지하당을 구축해 활동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연락책 이씨와 선전책 유씨도 ‘성남천’ ‘성봉천’이란 대호명으로 활동했다. 이들은 1993년 지원개발이란 업체를 설립한 데 이어 2001년에는 북한체제 선전목적의 벤처기업 코리아콘텐츠랩을, 2002년엔 재정적 뒷받침을 위한 업체 지원넷을 각각 설립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특히 김씨는 김일성과 김정일 생일, 북한정권 창건일 등 북한의 5대 명절마다 ‘조선노동당과 김정일에 대한 무한한 충성과 죽음을 불사한 혁명투쟁’을 다짐하는 25건의 충성맹세문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2005년 이들의 간첩활동 공로를 인정해 유씨를 제외한 4명에게 노력훈장을 수여했고, 연락책 이씨는 국기훈장도 받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225국이 인천지역의 혁명 전략적 거점화를 위해 이 지역 행정기관과 방송국, 군부대 등을 유사시에 장악하도록 왕재산 조직에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용산ㆍ오산 미군기지 및 주요 군사시설등이 포함된 위성사진과 미군 야전교범, 군사훈련용 시뮬레이션 게임 등을 수집해 대용량 하드디스크 등에 저장해 북한에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 등은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총 34회에 걸쳐 225국 공작조를 만나 지령을 수수했다. 이들은 또 조직원의 정치권 침투를 하라는 지령을 받아 정치인들의 동향을 보고하는 한편 정치권 내 지위확보를 위해 정당원으로 활동 중이던 서울지역책 이씨를 임채정 전 국회의장 정무비서관으로 활동하게 했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