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WSJ “美 ‘세금 전쟁’ 내년 대선 최대 변수로”
뉴스종합| 2011-09-20 11:47
오바마 감축안 발표 후

민주-공화 이념 극한 대치

부동층 증세에 반감 없어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9일 발표한 3조달러(3400조원) 규모의 재정적자 감축안이 내년 대선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 대통령의 세수증대와 지출삭감을 두 축으로 한 재정적자 감축안이 내년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WSJ의 칼럼니스트 제럴드 세이브는 이날 기고문에서 “미국 정치의 거대 도박판에서 민주, 공화 양당이 세금 관련 손익계산에 분주하다”면서 “증세론이 2012년 대선의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양당의 극한 대치가 미국의 경제 문제 해결을 방해하고 있지만 내년 대선에서 이데올로기적 대충돌을 예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감축안 포문=오바마 대통령은 19일 재정적자 감축안의 절반인 1조5000억달러를 세수 증대를 통해 달성하겠다며 증세론의 포문을 열었다. 특히 1조5000억달러의 세수증대 안에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연소득 25만달러 이상의 부부에 대해 적용했던 감세 혜택을 폐지함으로써 앞으로 10년간 약 8000억달러의 세수를 늘리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부자 증세를 주장한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이름에서 따온 ‘버핏세’도 명문화했다.

미국의 야당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감세 폐지와 부자 증세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의회 내 초당적 ‘슈퍼위원회(supercommittee)’에 진지한 권고를 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한 계층을 다른 계층과 다투게 하는 것은 리더십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베이너 의장은 그동안 증세는 더 이상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해왔다.

이에 앞서 폴 라이언 하원 예산위원장은 지난 18일 오바마 대통령의 증세안을 ‘계급투쟁(class warfare)’으로 규정한 뒤 “이는 경제를 썩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이는 계급투쟁이 아니라 수학(math)”이라면서 “나는 무엇이 옳은지 알고 있고 지금은 옳은 일을 할 때”라고 역설했다.



▶이념충돌 점입가경=WSJ은 모든 선거에서 세금 문제는 일정 정도 대두되게 마련이지만 내년 미국 대선에서 세금 논쟁은 두 가지 측면에서 다른 때보다 훨씬 격렬하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미국이 막대한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지출삭감이냐 세수증대냐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고, 둘째는 공화당이 부시 행정부 시절 통과한 감세안을 되살리기 위해 세금 논쟁을 더욱 가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 같은 이념 충돌은 오바마 진영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화당 의원들의 보수 성향이 민주당의 진보 성향보다 더욱 강력하게 결집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WSJ-NBC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의원들의 68%가 자신이 보수적이라고 답한 반면, 민주당 의원들 중 진보라고 답한 의원은 31%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브루킹스연구소의 윌리엄 갈슨 연구원은 “양당의 정치성향 결집력의 차이는 공화당이 세금 감면에 응집된 힘을 모을 수 있는 반면, 민주당은 그렇지 못하다는 방증”이라며 실제로 “민주당의 상당수 의원들은 세금과 수당을 포함한 그랜드 바겐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부동층 향방 주목=하지만 대선의 향배는 부동층에 달렸다. WSJ은 아직 선택을 못한 부동층이 공화당만큼 세금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WSJ-NBC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동층의 절반 이상이 지출삭감과 세수증대라는 두 가지 방법으로 재정적자를 감축하는 데 동의한다고 답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역시, 미국의 중산층이 추가 세금 부과에 큰 반감을 보이지 않고 민주당에 기반한 유권자의 4분의 3이 부유층 감세 폐지를 옹호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신문은 “역사적으로 비추어 볼 때 증세안을 들고나온 대선 후보가 유리하지는 않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세금 논쟁이 부동층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랭킹뉴스